'탱크' 최경주(SK텔레콤)가 마스터스 정상을 향해 진군의 나팔을 불었다.

1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GC에서 개막한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에 보기 1개로 2언더파 70타를 적어내며 리더보드 상단에 자리했다.

"잘라 가겠다"는 다짐대로 욕심을 버린 게 주효했다.

최경주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확실하게 그린에 올리지 못할 거라면 '잘라 가는' 전략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마음을 비운 효과는 거리가 긴 홀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버디 3개 모두 파 5 홀에서 잡아냈다.

최경주는 1라운드가 끝나고 나서 "파 5에서 잘라가서 버디를 한 게 큰 수확이었다"며 "파 4는 숨은 위험부담이 많아서 점수를 안 까먹는 게 스코어 관리의 상책"이라고 말했다.

그립 변화도 기분 좋은 출발에 동력을 제공했다.

최경주는 3주 전 퍼팅 그립을 톱질하는 듯한 손 모양의 '소(saw) 그립'으로 바꿨다.

임팩트 순간 손이 엎어지면서 볼을 당겨치는 실수를 줄이려고 모험을 감행한 것이 마스터스 첫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최경주는 "소 그립을 한 뒤로 하루 평균 2타 정도는 이익을 보고 있다"며 "오늘 파세이브한 것 중 4개도 이전 같으면 무조건 보기하는 것이었고, 15피트 이내 거리 퍼트도 2개만 놓치고 다 넣을 정도로 퍼터가 잘 작동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 손이 하는 톱질이 잘 되는지 캐디가 뒤에서 잘 봐준 것도 경기력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아이언 샷에 대해서도 최경주는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하고 "칠 때 가끔 미는 동작이 나와 볼이 왼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 잘 보완해서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2년 연속 '꿈의 무대'를 밟은 최경주는 2004년 3위, 2010년 공동 4위, 2011년 공동 8위로 메이저대회 중 마스터스에 유독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대회 중 체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도 1라운드 2언더파, 2라운드 1언더파를 쳐 우승의 기대를 부풀렸으나 3라운드에 5오버파로 무너져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최경주는 "전체적인 리듬감으로 볼 때 (1라운드 기록은) 굉장히 좋은 위치인 데다 조금씩 마음도 편안해지고 샷도 원하는 대로 되고 있다"며 "앞으로 죽을 힘을 다해 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오거스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