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의 이번 사고는 금융사 직원들의 도덕불감증이 위험수준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사고는 KT ENS 직원이 허위 매출채권을 발행해 거래업체의 사기대출을 알선하다 지난 2월 발각된 것과 비슷한 성격이다. 사기대출 규모는 3000억원 선이던 KT ENS 사건의 1% 선인 30억여원이지만, 신뢰가 생명인 금융회사 직원이 사기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만만치 않다.

또 터진 금융사고…이번엔 한화생명 직원이 30억 허위보증

○실제 사기대출 피해로 이어져

금융감독원은 한화생명 퇴직연금사업부 부장이던 황모씨가 지인 A씨에게 허위 보증서류를 만들어 줘 30억원의 부당대출을 도운 금융사고를 확인하고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13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황씨는 작년 10월 법인인감증명서 도용과 대표이사 인감 위조로 ‘A씨의 대출금을 90일 내에 한화생명이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발급했다. 보험회사는 법적으로 지급보증을 서지 못하게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짜 서류를 제공했다.

A씨는 이 서류를 제시하고 코스닥 상장사인 구매대행업체 처음앤씨로부터 30억원을 대출받은 뒤 잠적했다. 처음앤씨는 평소 거래하던 A씨가 자금난을 겪자 돈을 대출해 주면서 금융회사의 지급보증을 받아올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통제 허술 … 도덕불감증

한화생명은 A씨가 위조문서로 다른 금융회사에서 추가대출을 시도하던 지난해 11월 사고를 인지했다. 하지만 사건이 불거진 건 대출금을 받지 못한 처음앤씨가 한화생명에 상환을 요구하고, 한화 측이 지급 의무가 없다고 통지한 지난 달 11일이다.

한화생명은 해당 직원이 개인적으로 문서를 위조한 것이기 때문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조 서류를 확인하지 못한 대부업체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부실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사고 발생 5개월 동안 보고하지 않은 한화생명의 사고 은폐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사고를 인지한 즉시 보고해야 하는데도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야 알려왔다”며 “현장검사를 통해 따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일단 1주일 정도 검사를 진행한 뒤 내부통제 부실 등의 문제가 드러나거나 추가 관련자가 확인되면 일정을 연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 직원이 부동산개발업자에게 1조원에 달하는 허위입금증을 발부해 준 사건이 이달 초 발각된 데 이어 터진 이번 일은 금융권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함을 잘 보여주는 엄중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서/장창민/김은정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