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최고 지도자인 경산 종법사가 14일 전북 익산 중앙총부에서 개교(開敎) 99년을 맞은 원불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원불교 최고 지도자인 경산 종법사가 14일 전북 익산 중앙총부에서 개교(開敎) 99년을 맞은 원불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마음공부를 해서 마음병 환자를 마음병 의사로 바꾸는 것이 우리가 주로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교단의 3대 지도자였던 대산 종법사께서 벽시계를 보면서 그러셨어요. ‘마음병만 고치면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처럼 금세 의사가 된다’고요. 중생은 거의 마음병 환자입니다. 욕심병이든 애착병이든 자기 잘난 맛이든 마음병에 걸려 있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괴로울 수밖에 없지요.”

14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룡동 원불교 중앙총부 경내에 있는 종법원.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경산 종법사(74)는 이렇게 말했다. 원불교 최대 명절인 대각개교절(4월28일·원불교 열린 날)을 앞두고 서울에서 내려간 기자들을 맞이한 자리에서다. 어떻게 병을 고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답은 의외로 간단 명쾌하다.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조금만 여유를 가져봐요. 욕심을 한 뼘만 내리면 됩니다.”

2006년부터 원불교를 이끌고 있는 경산 종법사는 21세 때 원불교 2대 지도자였던 정산 종사를 만나 원불교에 입교했다.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행정책임자인 교정원장, 수위단원 등을 거쳐 종법사에 추대됐다.

“제가 대산 종법사님을 오래 모시고 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앞으로는 미륵세상, 용화세상이 된다고 하셨죠. 미륵세상은 도인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는 세상입니다. 대산 종법사께선 장사도 경제도 정치도 도인이 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지금은 기업도 부도덕하게 물건을 만들거나 팔면 (소비자들이) 사지 말자고 하잖아요?”

내년이면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고 원불교를 연 지 100년이다. 원불교는 개교(開敎) 100주년을 앞두고 수년 전부터 여러 가지 준비를 해왔다. 게다가 올해는 대산 종법사 탄생 100주년이다. 따라서 경산 종법사는 원불교가 추진 중인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지난 1세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처절하게 반성하고 미래의 새로운 길을 어떻게 맞을 것인지 ‘백년의 약속’을 만들고 있습니다. 교무(원불교 성직자)들의 복장 문제, 여성 교무들의 결혼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가지를 검토 중입니다. 그동안 함부로 손대지 못했던 경전의 오탈자나 구식 표현도 현대적으로 바로잡을 거고요. 원불교가 선구적으로 추진해온 종교 간 평화 및 연합운동, 사회봉공(봉사)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경산 종법사는 또 익산 중앙총부 중심의 교단 체제를 이원화해 서울은 활동 중심으로, 익산은 교육 중심으로 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통일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던 만큼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멸공 반공 승공으로는 통일이 안 됩니다. 서로 화합하며 지내는 화공(和共), 공산주의를 버려두는 게 아니라 구제하는 구공(救共)이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아주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이 서로 지나치게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그러면 곤란합니다. 양쪽이 (싸움을) 좀 쉬었으면 해요. 부부싸움도 그렇지 않나요?”

경산 종법사는 “공자 말씀에도 그림을 그리려면 먼저 깨끗이 하고 그리라는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게 있다”며 “서로 과거를 묻지 말고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은 600~700년 동안 막부가 지배하면서 유불리를 따지고 전략적으로만 상대를 판단하는 데 익숙하다”며 “도덕이 살아 있는 우리가 보다 폭넓게 생각하면서 일본을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불교는 어떤 종교 홍라희 여사·백낙청 등 국내에만 신자 13만명

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1916년 4월28일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을 계기로 시작된 종교다.

소태산 대종사는 20여년간의 구도 고행 끝에 ‘만유가 한 체성이요, 만법이 한 근원’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 문명의 발달로 인해 정신문명이 크게 약해질 것을 예견하고 인류의 정신문명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종교로서 원불교를 열었다.

소태산 열반 후 정산 송규 종사, 대산 김대거 종법사, 좌산 이광정 종법사에 이어 경산 종법사가 교단을 이끌고 있다.

현재 신도는 국내에만 13만명. 515개 국내 교당과 해외 23개국 67개 교당이 있다. 원광대와 원광중고, 대안학교인 화랑고·원경고·한겨레중, 원광제약과 다수의 한의원, 원음방송, 복지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홍진기 전 법무부 장관(1986년 작고)의 딸인 홍라희 여사(이건희 삼성 회장 부인)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원불교 신자다.

익산=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