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연극상을 나눠 가졌던 세 편의 작품이 올봄에 나란히 앙코르 무대를 갖는다.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무대예술상, 동아연극상 작품·희곡·연기상 등을 수상한 ‘알리바이 연대기’(17~20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5일~5월11일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연극대상에서 대상과 희곡상을 받은 ‘여기가 집이다’(18일~5월22일 대학로 연우소극장), 연극대상 작품·연출상과 김상열연극상 수상작인 ‘황금용’(5월9~18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이다.

초연 당시 짧은 상연 기간과 낮은 인지도 등으로 공연을 놓친 연극팬에겐 평단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알리바이 연대기’는 희곡을 쓰고 연출한 김재엽의 가족사에 근거한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1930년에 태어난 한 개인의 사적인 연대기를 바탕으로 그 사이를 파고드는 역사적 순간들을 정밀하게 조명한다. 연출가는 “공적인 권력이 사적인 권리를 지켜주기보다 억압하기 일쑤였던 한국 현대사 속에서 개인은 언제나 무죄를 입증하며 하루하루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알리바이의 연대기’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한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는 이 작품을 ‘2013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3’로 선정하며 “촘촘하고 세세하게 삶에 천착해 개인과 역사에 대한 이분법적 관점을 극복한다. 정치극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 작품으로 연기상을 휩쓴 남명렬을 비롯해 지춘성 정원조 등 초연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여기가 집이다’
‘여기가 집이다’
‘여기가 집이다’는 허름하고 볼품 없는 ‘20년 전통’의 고시원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절망과 희망을 그린 작품. ‘차력사와 아코디언’ ‘택배 왔어요’를 만든 극단 이와삼의 장우재 대표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평화로웠던 고시원에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한 ‘20세 고등학생’ 동교가 “이제부터 고시원 식구들에게 월세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갑작스런 변화의 바람이 분다.

날것 그대로의 직설 화법으로 풀어 놓는 풍성한 인생 이야기와 생동감 넘치는 극적 구조로 ‘집’의 본원적 의미와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연에서는 중견 배우 김세동이 장씨 역으로 출연해 박무영 김충근 한동규 류제승 김정민 등 초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황금용’
‘황금용’
독일 극작가 롤란트 시멜페니히가 쓴 현대극 ‘황금용’은 독일 소도시에 있는 아시아계 간이식당을 배경으로 현대 물질사회와 세계화 속에 가려진 욕망과 폭력, 소외를 그린다. 치통을 앓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치과에 가지 못하는 한 젊은 중국인 요리사는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작품을 연출한 윤광진 용인대 교수는 “극의 배경은 유럽의 한 소도시이지만 서울이나 경기 안산의 어느 거리에서 일어나는 듯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작품”이라며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외국인 근로자들, 그 옆에서 졸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호성 남미정 이동근 한덕호 방현숙 등 초연 배우들이 다시 뭉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