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 가격에 내놓은 ‘반값 비타민’이 품질 논란에 휘말렸다. 약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약사회가 값싼 중국산 비타민이 원료로 쓰였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제품에 원료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은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에 대해 “중국산 비타민이라고 해서 비타민의 효능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원산지 표기가 의무사항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마트는 국내 비타민제제 시장 1위 기업인 고려은단과 공동 개발한 ‘이마트 비타민C’를 지난달 27일 내놓았다. 이마트 비타민C는 한 상자(200정)에 9900원으로 한 정당 가격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비타민 제제보다 35~40% 저렴하다. 약국에서는 ‘고려은단 비타민C’(300정)를 상자당 2만3000~2만5000원에 팔고 있다.

약사회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이마트 비타민C의 원료가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약사회는 지난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고려은단이 값싼 저질 원료를 사용해 약국의 반값에 비타민을 대형마트에 공급했다”며 “동일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처럼 속이고 있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또 “제품에 원료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를 속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고려은단이 약국에 공급한 비타민 제제는 영국산을 원료로 쓰고 있으며 제품 겉면에 원산지가 표시돼 있다. 이마트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산 비타민이라고 해서 품질이 뒤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마트는 15일 “영국 등 유럽산 비타민이 중국산보다 비싼 것은 브랜드 인지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며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료 원산지 표기와 관련해서도 법적으로 비타민의 원료 원산지를 표기할 의무는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논란이 일자 앞으로는 제품에 원산지를 표기하기로 했다.

약사회가 이마트 비타민의 원료를 문제 삼은 배경에는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이마트 비타민이 나온 뒤 비타민 제제 판매가 줄었다고 호소하는 약국이 많다”며 “약국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마트 비타민은 출시 후 20일 만에 6만9000개가 팔렸다. 같은 기간 동종 상품 중 매출 1위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격 거품을 뺀 것이 이마트 비타민의 인기 요인”이라며 “국내 시판 중인 비타민의 90%가 중국산인데 이마트 비타민만 문제 삼는 것은 소비자에게 혼란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비타민에도 가격 거품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강봉윤 약사회 대변인은 “중국산 비타민 가격은 영국산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원료 가격 차이를 감안하면 이마트 비타민C가 기존 비타민 제품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