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업체는 자본잠식 상태라도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과 차별화된 ‘성장 가능성 높은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실상 한국거래소로부터 분리·운영된다.

자본잠식 기업도 기술 있으면 코스닥 상장
금융위원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 상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코스닥 상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기술력이 탁월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기술평가 상장특례’ 제도의 문턱을 낮춘다. 정보기술(IT) 바이오 등에 한정된 상장특례 업종 제한을 폐지한다. ‘자기자본 15억원 이상’인 진입 기준도 10억원으로 낮췄다. 자본잠식 여부도 묻지 않기로 했다.

이명순 자본시장과장은 “기술신용보증 등 2개 이상의 외부 전문 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현재의 재무상태와 관계없이 코스닥행(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일반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을 독려하기 위해 △대주주 보호예수 기간 축소(1년→6개월) △상장 질적심사 기준 축소(55개→25개)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금융위는 코넥스 기업의 성공적인 코스닥 이전 상장을 위해 관련 규제를 상반기 중 정비하기로 했다. 지금은 1년 이상 코넥스시장에서 검증받은 기업만 코스닥 이전 상장을 허용하지만, 7월부터는 좋은 실적을 내면 곧바로 옮길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다. 코스닥 이전 상장 요건 중 매출액 기준도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금융위는 규제가 완화되면 연내 코스닥 이전 상장이 가능한 업체 수가 4개에서 8~1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한국거래소에서 사실상 분리·운영된다. 코스닥시장을 미국 나스닥과 같은 ‘기술주·성장주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선 유가증권시장과의 분리를 통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특별위원회로 재편한 뒤 거래소 이사장 산하에 있는 코스닥시장본부를 코스닥시장위원회 밑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코스닥 상장제도 권한만 갖고 있는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상장 심사, 상장 폐지, 예산, 사업계획 등에 대한 결정권도 손에 넣게 된다. 정부는 조만간 코스닥시장위원장(코스닥시장본부장 겸임) 인선에 나설 계획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