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카드 포인트까지 간섭하는 금감원
“2003년부터 운영해온 포인트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꾸라니 정말 난감합니다.”

현대카드는 최근 금융당국이 ‘1포인트=1원’ 원칙을 무조건 적용해야 한다고 발표하자 당황하고 있다. 사업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 탓이다. 현대카드가 쌓아주는 M포인트는 다른 카드사와 달리 1포인트당 1원을 적용하는 게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를 사거나 특점 가맹점에서 사용할 때만 1원의 가치를 갖고, 전체 사용 포인트의 30% 정도는 67전을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이것을 문제 삼고 있다. 1만원짜리 물건을 샀을 때 현대카드가 10M포인트, A카드사가 7포인트를 각각 쌓아줬다고 가정할 경우 얼핏보면 현대카드 적립률이 더 높아 보인다. 하지만 돈으로 환산하면 현대카드는 6원70전, A카드사는 7원으로 A카드사가 더 많다.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상당히 일리 있는 지적이다. 문제는 M포인트 제도가 2003년부터 10년 넘게 시행되고 있다는 데 있다. M포인트 카드를 쓰고 있는 사람은 513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M포인트로 현대·기아차를 살 때 200만M포인트까지 1M포인트를 1원으로 인정해준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이용하겠다는 회원들은 1M포인트 가치가 다른 카드사의 포인트보다 낮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많이 받기만 하면 좋다.

현대카드는 1M포인트를 1원으로 바꾸려면 현재의 포인트 운영체계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하기 때문에 M포인트 제도를 더 이상 운용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제도 변화로 인해 회원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에서는 10년 이상 큰 탈 없이 유지되고 있는 포인트제도에 대해 이제 와서 금융당국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드사와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금융위원회는 요즘 금융규제의 10%를 없애겠다며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규제를 줄이는 것보다 필요 없는 규제를 새로 시행하지 않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괜히 힘을 빼고 있다는 느낌이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