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명환 전 자연과학대학장이 소견을 밝히고 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명환 전 자연과학대학장이 소견을 밝히고 있다.
"국립대학법인 발전 기반 구축, 안정적 재정 확충, 관악·연건캠퍼스 연계 강화 "

제26대 서울대 총장 예비 후보자들이 16일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대강당에서 열린 공개 소견 발표회에서 내놓은 공약들이다. 구체적 공약은 달랐지만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과제와 방향성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달 3일 제5차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회의에서 5명으로 압축된 총장 예비 후보자들은 이날 소견 발표회에서 자신이 차기 총장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 김명환 전 자연과학대학장 △ 조동성 전 경영대학장 △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 강태진 전 공과대학장 △ 성낙인 전 법과대학장 등 5명의 후보가 차례대로 소견 발표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선 서울대 법인 전환 이후 사상 처음 ‘간선제 총장’을 뽑는다. 소견 발표회 장소에도 200명 이상의 교직원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김명환 전 자연대 학장은 기초체력(펀더멘탈)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탄탄한 재정과 교육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발전기금 5000억 원 확충을 약속했다. 김 전 학장은 “그동안 시설 투자 목적의 기금이 많았다면 연구비, 장학금 등 펀더멘탈 강화 용도의 발전기금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교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존 부총장-처장-부처장 3단계 체제를 처장-부처장 2단계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양보다 질 위주의 연구업적 평가, 연건 캠퍼스 일부의 관악캠퍼스 이전, 새로운 법인 보수규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동성 전 경영대학장은 “대학 세계화의 핵심은 재정 확충이다. 대학 순위와 재정 상태가 비례하는 편”이라며 “서울대가 싱가포르국립대를 넘어서려면 4년 동안 약 2조5000억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전기금 8000억 원을 비롯해 국가 아젠다 연구, 글로벌 산학협력 등을 통해 추가 예산을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건 캠퍼스 발전 방안으로는 ‘연건 레인보우 플랜’을 내세웠다. 연건 레인보우 플랜에는 연건-관악 융합 연구개발(R&D) 연구소 및 을지로 병원 설립, 연건 기숙사 증축, 임상연구원 마련 등이 포함됐다.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법인화 2.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는 2년 동안 국립대학법인으로서 이렇다 할 청사진을 만들지 못했다” 며 “법인화2.0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인화 제도 개선, 합리적 임금 체계 마련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소외계층 학생 선발 확대와 안정적 입시제도 구축도 강조했다. 오 전 원장은 “입시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서울대 입시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사교육을 줄이는 방안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지식 연구원’ 설립, 연건캠퍼스 과밀화 해소를 위한 기초·교육 기능의 관악캠퍼스 이전도 제안했다.

‘교육 총장’을 모토로 내건 강태진 전 공대 학장은 학부교육 강화를 역설했다. 그는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학부교육 강화에 힘쓸 것”이라며 교양·기초교육을 전담하는 학부대학 신설, 기초교육을 바탕으로 전공 교육 확대 등을 제시했다. 또 ‘SNU C&D(Connect & Development)’ 신설을 통해 교수 개개인의 연구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전 학장은 국비 지원이나 발전기금 외의 자율성 재정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는 “서울대의 자율성 재정 비율은 약 10%로 50% 수준인 세계 선진대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 이라며 “SNU C&D사업, 재정 절감, 동창회 특별기금 등으로 총 4100억 원의 자율성 재정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낙인 전 법대 학장은 법 전문가의 특성을 살려 국립대학법인 발전 기반 조성에 힘쓸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국립대학법인과 서울대병원 비과세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공약했다. 또 법인화 전환에 따른 거버넌스 재정립을 강조하며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 교직원들에게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정적 국고 출연금 조달을 위해 매년 15% 증액이 가능하도록 입법조치를 강화할 것도 약속했다.

두 캠퍼스간 연계 강화를 위해서 장기적으로 서울대병원과 국립대학법인 통합도 추진할 계획이다. 성 전 학장은 “연건캠퍼스와 관악캠퍼스는 국립대학법인이란 큰 틀 안에서 학문 공동체가 돼야 한다” 며 “병원과 국립대학법인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총추위는 오는 1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총장 예비 후보자들의 2차 소견발표회를 연다. 이어 25일 교직원 대상 정책평가를 진행한 후 30일 총추위 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자 3명을 이사회에 추천한다. 6월 이사회에서 1명이 총장 후보로 선임되면 교육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26대 서울대 총장의 임기는 7월20일부터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