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왕', 무늬만 프랑스 뮤지컬…스토리·연출 밋밋
국내에 잘 알려진 프랑스 뮤지컬은 ‘노트르담 드 파리’와 ‘벽을 뚫는 남자’다. 두 작품은 각각 영미권 뮤지컬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공연예술 미학과 프랑스 특유의 감성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면서 국내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한국어 라이선스로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태양왕’이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 데는 프랑스 뮤지컬에 대한 학습 효과도 작용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와 함께 프랑스 3대 대작 뮤지컬로 소개된 이 작품도 전작 못지 않은 새롭고 개성 있는 무대 미학을 보여줄 것으로 주목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막이 오른 공연은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때때로 흐르는 감미로운 선율과 발레, 아크로바틱 등이 혼합된 화려한 춤사위로 봐서는 프랑스 뮤지컬인 듯하지만 그뿐이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허약하다.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이면서도 탄탄한 극적 구조를 갖췄던 전작 두 편과는 달리 연극적 대사 비중이 높은 데도 극이 좀처럼 살지 않는다. 태양왕으로 불리는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가 절대군주의 면모를 갖추기까지 세 명의 여인과 차례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밋밋하게 전개된다. 캐릭터는 평면적이고 짜임새는 허술하고 전개 방식은 고루하다.

퍼포먼스도 실망스럽다. 배우의 가창과 녹음된 코러스, 라이브 반주가 조화롭지 못했다. 공연 초반임을 감안해도 대부분의 배우들이 자신과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했다. 일부 주역 배우의 음정 불안은 심각했다. 극적 재미나 감동뿐 아니라 음악적 만족감도 크게 떨어졌다.

공연의 모양새로는 ‘유럽 전역에서 단기간에 17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란 설명이 믿기지 않는다. 연출자는 프로그램 책자에서 “5000석 이상의 아레나(체육관) 극장에서 상연되던 오리지널 버전을 원작의 화려함을 유지하되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화하면서 새롭게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원작이 아닌 국내 제작 버전이 문제다. 공연은 오는 6월1일까지, 6만~1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