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방법
어렸을 때 화경(火鏡)을 갖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일종의 볼록렌즈인 화경을 통해 모아진 햇볕을 마른 종이에 얼마간 쪼이면 타기 시작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 놀 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 동네 친구들과 화경으로 불장난(?)을 하곤 했다. 겨울날 볕이 잘 드는 처마 밑에 앉아 그러고 있자면 추운 줄도,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얼마 전 CCTV 생산 기업을 찾았을 때다. 새로 나왔다며 그쪽에서 두 대의 카메라가 달린 제품을 보여줬다. 한 카메라는 일정 지점만 비추고, 다른 카메라는 주변 일대를 찍어 모니터에 두 영상이 같이 나타나도록 했다. 감시 대상 지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화면에 잡혀 피사체의 동선 상황도 알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화경을 한 곳에만 비추듯 일을 할 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선명해지고 주의가 집중되고 불을 지필 수 있다. 시간과 돈이 한정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화경을 이곳저곳 비추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종이를 태울 수 없듯, 자원과 노력을 분산할 경우 실패하기 쉽다. 잘나가던 기업들이 여러 가지를 손대다 넘어진 경우가 얼마나 많나. 기업 경영, 조직 운영, 개인사 다 마찬가지다. 한 가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

그런데 어떤 일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맹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주변을 간과함으로써 나무만 보고 숲과 산세를 보지 못한다. 그로 인해 전투에 이기고도 전쟁에 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사람의 주의력에는 한계가 있어 한 가지에 몰두할 경우 다른 것은 ‘눈 뜨고도’ 못 보게 된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거나 집중함으로써 생기는 이런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두 대의 카메라가 달린 CCTV처럼 멀리서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초점을 맞춰 일하면서도 관점을 확장시켜 그 일의 전체적 모습과 의미를 파악해야 ‘구성의 오류’를 피할 수 있다.

공공수요를 모아 일하는 입장에서 한 건 한 건 싸고 질 좋은 제품으로 사는 데 정성을 다하려고 애쓰고 있다. 서비스 등 신성장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청년과 여성 일자리를 늘리면서, 중소기업 경쟁력과 환경보전 그리고 안전도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보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에 많은 외부 인사를 모시고 있다.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