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그룹 지주회사인 동서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80%를 웃돌던 동서식품의 커피시장 점유율이 올 들어 60%대로 추락하며 매출이 9년 만에 감소, 성장동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작회사인 미국 크래프트의 반대로 커피믹스 ‘맥심’의 해외 수출마저 불가능하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커피시장 '쓴맛' 본 동서, 현금배당 '단맛' 만 취해…
17일 코스닥시장에서 동서는 보합인 1만6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꾸준히 주가가 빠지면서 작년 11월28일 고점(1만9100원)에 비해선 15.45%나 추락했다. 코스닥시장 시총 순위도 작년 상반기 말 5위에서 작년 말 6위, 이달 7위 식으로 줄곧 밀렸다.

동서는 커피믹스의 비닐봉지를 제조, 맥심 브랜드의 일회용 커피 등을 생산하는 동서식품에 납품하는 회사다. 동서식품 지분 50%를 보유하는 등 동서그룹의 지주사 역할도 하고 있다. 동서의 실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동서식품의 작년 매출은 1조5303억원으로 전년보다 1.92% 줄어들었다. 매출 감소는 9년 만에 처음이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80%대를 유지하던 동서의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이 남양유업 등의 시장 잠식으로 지난달에는 대형마트에서 67.2%까지 위축됐다”며 “동서로선 마땅한 상승동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프렌치카페’ 브랜드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경쟁사 남양유업은 최근 8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을 비롯해 이달에만 9.25% 뛰었다.

시장에선 코너로 몰리고 있지만 동서는 뚜렷한 반격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중국 커피믹스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것과 달리 동서는 대표 상표 ‘맥심’이 미국 크래프트의 브랜드를 빌린 탓에 해외에서 쓸 수가 없다.

동서는 22.97% 지분을 보유한 김상헌 회장을 비롯해 그 일가가 전체 지분의 67.36%를 가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서의 작년 배당금 총액은 545억원으로 2위 파라다이스(273억원)의 두 배나 된다. 이에 따라 사업이 부진한데도 대주주들이 지나치게 많은 배당금을 챙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