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스마트폰, '공짜'와 '저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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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누군가 나의 수익모델을 ‘공짜’로 만든다면 그것처럼 끔찍한 일도 없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입장에서는 구글이 바로 그런 존재다. 이른바 구글의 공짜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운영체제(OS)를 주 수익원으로 삼아 온 MS에는 그 자체로 큰 도전이고, 위협이었을 것이다.
MS가 당장 대응할 수 있는 무기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특허 공격이었다. 그러나 특허 수익료만 일부 챙겼을 뿐 상황은 그대로였다. 결국 MS는 노키아와의 인수합병 카드를 던졌고, 급기야 자신의 모바일 운영체제까지 공짜로 내놓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구글·아마존의 ‘공짜’ 공세
구글의 공짜 공세는 어디까지 이어질 건가. 구글은 검색광고 수익에 도움만 된다면 무엇이든 다할 태세다.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하드웨어라고 공짜로 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게 되면 바로 타격을 받을 건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다. 구글과의 수평적 분업을 믿어 온 제조사가 그만큼 수익모델을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 당시부터 그런 의도를 가졌는지 모른다. 당시 구글이 삼성전자를 견제한다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구글로서는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활용은 백번 환영하지만 독주를 원하지는 않는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중심축은 어디까지나 구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를 중국 레노버에 넘기자 일각에서는 구글이 다시 수평적 분업구도로 되돌아간 것처럼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구글은 제조사 간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을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내준 것도 그렇지만, 그 뒤에 내부적으로 진행해 왔다는 프로젝트 ‘아라’가 그 증거다.
“우리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같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생태계를 원한다.” 맞춤형 조립식 스마트폰이라는 프로젝트 아라 책임자 폴 에레멘코의 말이다. 한마디로 누구든 스마트폰 제조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부수겠다는 얘기다.
공짜도 불사하겠다는 건 구글만이 아니다. 아마존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콘텐츠와 쇼핑 사용자를 늘릴 수만 있다면 그깟 하드웨어에서 돈 좀 잃은들 어떠냐는 식이다. 이게 먹히면 그 또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중국·인도 등은 ‘저가’ 공세
설상가상으로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시장에서는 ‘저가’ 공세가 거세다. 과거에는 다국적 기업이 후발국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저가 전략을 폈다. 그러나 지금은 현지 로컬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가 말한 이른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인도 등 로컬 스마트폰 제조사의 저가 전략이 구글 아마존 등의 공짜 전략과 맞물리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후발주자인 로컬 기업의 혁신이 선진국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역류도 가능하다. 다국적 기업이 아닌, 후발국 기업에 의한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앞에선 수익 모델이 다른 구글 아마존 등의 공짜 공세에, 뒤로는 후발 기업의 파괴적 저가 공세에 직면했다. 과거 샌드위치 위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어쩌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전쟁을 벌이는 사이 게임의 룰이 또 바뀔지 모른다. 사방이 적이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MS가 당장 대응할 수 있는 무기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특허 공격이었다. 그러나 특허 수익료만 일부 챙겼을 뿐 상황은 그대로였다. 결국 MS는 노키아와의 인수합병 카드를 던졌고, 급기야 자신의 모바일 운영체제까지 공짜로 내놓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구글·아마존의 ‘공짜’ 공세
구글의 공짜 공세는 어디까지 이어질 건가. 구글은 검색광고 수익에 도움만 된다면 무엇이든 다할 태세다.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하드웨어라고 공짜로 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게 되면 바로 타격을 받을 건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다. 구글과의 수평적 분업을 믿어 온 제조사가 그만큼 수익모델을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 당시부터 그런 의도를 가졌는지 모른다. 당시 구글이 삼성전자를 견제한다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구글로서는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활용은 백번 환영하지만 독주를 원하지는 않는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중심축은 어디까지나 구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를 중국 레노버에 넘기자 일각에서는 구글이 다시 수평적 분업구도로 되돌아간 것처럼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구글은 제조사 간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을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내준 것도 그렇지만, 그 뒤에 내부적으로 진행해 왔다는 프로젝트 ‘아라’가 그 증거다.
“우리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같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생태계를 원한다.” 맞춤형 조립식 스마트폰이라는 프로젝트 아라 책임자 폴 에레멘코의 말이다. 한마디로 누구든 스마트폰 제조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부수겠다는 얘기다.
공짜도 불사하겠다는 건 구글만이 아니다. 아마존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콘텐츠와 쇼핑 사용자를 늘릴 수만 있다면 그깟 하드웨어에서 돈 좀 잃은들 어떠냐는 식이다. 이게 먹히면 그 또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중국·인도 등은 ‘저가’ 공세
설상가상으로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시장에서는 ‘저가’ 공세가 거세다. 과거에는 다국적 기업이 후발국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저가 전략을 폈다. 그러나 지금은 현지 로컬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가 말한 이른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인도 등 로컬 스마트폰 제조사의 저가 전략이 구글 아마존 등의 공짜 전략과 맞물리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후발주자인 로컬 기업의 혁신이 선진국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역류도 가능하다. 다국적 기업이 아닌, 후발국 기업에 의한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앞에선 수익 모델이 다른 구글 아마존 등의 공짜 공세에, 뒤로는 후발 기업의 파괴적 저가 공세에 직면했다. 과거 샌드위치 위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어쩌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전쟁을 벌이는 사이 게임의 룰이 또 바뀔지 모른다. 사방이 적이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