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소재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18.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대일 부품 의존도는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돼온 사안이다. 20년 전만 해도 부품 의존도가 50%를 훨씬 넘었고 소재부품 100%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대일 의존도 하락은 우리 기업들이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여 일궈낸 성과다. 1분기 대일 무역적자 역시 5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8%나 줄어들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부품 소재를 찾는 일본 바이어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는 반가운 소리도 들린다. 일본의 생산 설비 투자 확대로 부품 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 이유다. 한국에서 수요처를 찾는 일본 대기업이 지난해만 21개로 전년 대비 9개 늘었다. 금석지감이 든다. 대일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 시기도 수년 내에 올 것 같다는 성급한 기대를 해본다.

물론 부품산업의 성공은 조립업체 성공의 다른 언어일 것이다. 소위 계열화 구매 체계에서 제품 경쟁력은 곧 조립업체와 부품업체의 종합 경쟁력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 완제품 기업들의 성공이 이들 부품업체의 가장 큰 무기다. 이들이 세계 1등 제품을 내걸면서 품질경쟁력 제고에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는 덕분에 부품업체도 품질고급화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극소와 극한, 초경량과 환경친화성, 안전성 등 모든 기술 조건에 걸맞은 품질을 보증받아야만 살아남는 생태계인 것이다. 조립업체들은 단순한 공급계약을 넘어 기술이나 품질 지도 등을 통한 협력업체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런 조립 부품 관계에서 생산경험을 축적했고 기어이 국제경쟁력 향상을 이뤄낸 것이다.

이미 세계적 부품업체들이 국내에 즐비하다. 해외 조립업체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동북아 수직 분업구조는 점차 흘러간 옛노래다. 산업부는 올해 소재부품 무역흑자 1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좋은 흐름이다. 하지만 조립업체가 위축되면 부품업체의 성공도 반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