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4시50분.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에 “잠수요원들이 세월호 2층 화물칸 출입문을 개방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방송이 나오는 순간 물결이 일듯 술렁거렸다. 하지만 곧이어 “배 안이 화물로 가득차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가이드라인까지 끊어져 수색이 종료됐다”는 앵커의 멘트가 이어지자 짧았던 흥분은 금세 사그라졌다. 일부 가족은 “오늘 하루만 해도 이게 도대체 몇 번째냐”며 탄식을 쏟아냈다.

구조 당국이 세월호 내 진입과 공기 주입을 진행한 이날 하루 동안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선 구조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를 향한 분노가 교차했다. 오전 11시20분께, 잠수부가 선실 안에 들어가 배 안에 공기를 주입하고 있다는 첫 언론 보도가 나오자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생존자가 나오기만을 기원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지휘하는 해양경찰청이 이를 부인하고 나서자 가족들의 기대감은 분노와 절망으로 바뀌었다.

학부모 25명은 “정부의 구조 작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다”며 오후 3시25분 진도 팽덕항에서 배를 타고 구조 현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오후 7시부터 재개된 잠수요원들의 세월호 3층 선실 내부 진입만을 애타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오락가락한 발표 탓에 각종 유언비어도 가족들 사이에서 들끓었다. 일부 학부모가 “민간 잠수부가 생존자들을 발견했는데도 정부가 이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자 현장의 다른 학부모들이 “확인되지 않은 소리는 그만두라”고 말하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진도=홍선표/박재민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