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수석전략가, "지금은 '수익률'보다 '자산배분' 집중할 때"
“지금 가장 절실한 투자전략은 ‘자산배분’입니다. 한국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는 국내 자산에 너무 편중돼 있습니다. 글로벌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등으로 분산시켜 위험을 관리해야 합니다.”

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수석전략가(스트래티지스트·사진)는 “올해 주요 수익은 주식에서 나오겠지만, 예전만큼 글로벌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있어 고금리 채권이란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채권 수익률 하락이 예상되더라도 하이일드채권이나 신흥시장 채권은 자체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 나쁘지 않다는 설명이다.

주식자산 중에선 저평가된 신흥국 증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후이 전략가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06~2007년 대비 가장 낮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로 부각됐던 환리스크가 올들어 축소됐고, 일부 신흥국의 금리인상과 정부 정책에 따라 투자심리가 크게 호전되며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보다 크게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7일까지 인도펀드는 8.36%, 신흥아시아펀드는 7.45%의 수익률을 기록, 해외주식형펀드 중 수익 반등폭이 가장 컸다. 유럽펀드는 연초 예상과 달리 -0.56%, 북미펀드는 -1.37%로 손실을 봤다. 후이 전략가는 “다가오는 인도 총선을 통해 인도 새 정부의 경제개혁에 가속이 붙고, 인도내 기업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 선거를 앞둔 인도네시아 증시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증시의 기본적인 체력은 선진국이 더 강하다고 밝혔다. 수분기에 걸쳐 기업실적이 성장하고 있는 선진국이 신흥국보다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유망하다고 진단했다. 신흥시장 증시의 랠리가 지속되려면 기업실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아직 미국이나 유럽 기업처럼 실적개선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이 전략가는 “신흥국 증시는 지난해보다 낙관적이고 플러스 수익을 기대하지만, 시장의 변동성은 각오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2000선 부근을 맴도는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과거 20년 평균치를 조금 밑돌고 있다”며 그렇게 저평가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일부 대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줘야 박스권을 뚫고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이들 기업의 실적 예상치는 ‘기대 이하’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만 한국은 동남아 국가에 비해 환리스크가 적은 데다, 글로벌 경기회복시 수혜가 기대되는 국가라 여전히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후이 전략가는 주목해 볼 글로벌 경기회복 수혜주로 관광, 숙박, 서비스 등 소비재와 산업재를 꼽았다. 가장 선호하는 업종은 관광, 숙박, 서비스라고 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도시화 지속과 중산층 소비 증가로 장기투자해야 할 곳들이라고 조언했다. 산업재 중에서는 정보기술(IT)업종을 지목하며 “미국, 유럽 등의 경기회복시 각 가정의 가전제품 수요가 늘고,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컴퓨터, IT장비 수요가 증가해 아시아 제조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기술주, 대체에너지 등 중국 ‘신경제’ 수혜주도 장기간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중국 소비 성장에 힘입어 IT기업들의 실적은 꾸준히 좋아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도 대체에너지 관련주들의 전망을 밝게 내다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