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후 맞은 첫 주말은 전국민의 애도 속에 숙연함 그 자체였다.

각 가정에서는 밤늦은 시각까지 TV 뉴스를 보며 생존자 구조 소식이 전해지길 기다렸고, 버스·지하철의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시시각각 전해오는 세월호 관련소식에 눈을 떼지 못했다. 라디오에서는 어느 프로그램 할 것 없이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는 간절함이 전해졌고, 빠른 템포의 음악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서울시내 주요 교차로에는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합니다’ 혹은 ‘봄꽃행사·등반대회를 취소합니다’ 등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가족 나들이를 취소한 시민들도 많았다. 직장인 김동연 씨(서울 강서구)는 “몇 달 전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용인 에버랜드를 가기로 약속한 날이었는데 취소했다”며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아이도 수긍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에버랜드 입장객수는 3만8000여명으로 지난주 토요일(12일) 4만5000여명에 비해 15%이상 줄었다. 에버랜드는 이날 전국민적인 애도 분위기를 감안해 저녁 불꽃놀이를 하지 않았다.

고속도로 풍경도 달랐다. 이날 수도권을 빠져나간 차량은 42만5000여대로 지난주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텐트·자전거 등을 실은 행락철 차량이나 시끌벅적한 봄나들이 관광버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항공편의 경우,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바닷길이 아닌 하늘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탑승률이 다소 높아졌다. 이날 김포발 제주행 항공편의 탑승률은 평균 95%였다.

전국 각지에서 예정됐던 축제나 행사들은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4·19혁명 54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예정됐던 4·19관련 행사는 대부분 취소하되거나 축소됐다. 행사를 진행한 곳에서도 여느 때처럼 노래소리나 구호는 들리지 않았다. 춘천 소양강댐 용너머길 걷기 행사, 보령 재즈 올스타 스페셜 콘서트, 순천 순천만정원 개막식 등은 줄줄이 취소됐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