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퓨얼밴드'에서 손 떼나
웨어러블 기기의 선두주자였던 나이키가 ‘퓨얼밴드(사진)’ 사업에서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퓨얼밴드는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나이키의 팔찌형 웨어러블 기기다. 삼성전자 애플 등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웨어러블 시장 진입에 따라 경쟁력이 약한 하드웨어 부문을 접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려는 전략이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시넷은 지난 18일 “나이키가 퓨얼밴드 하드웨어 개발조직 70명 가운데 80%에 달하는 최대 55명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 스트롱 나이키 대변인은 “우리는 사업 우선순위에 따라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며 “디지털 스포츠 부문은 우리가 변화를 원하는 영역으로 소규모의 감원이 있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만 제품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보도는 부인했다.

이번 결정은 나이키의 하드웨어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내부 판단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나이키가 웨어러블 하드웨어 사업 영역에서 오래 못 버틸 것이라고 진단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외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평가다.

나이키는 그간 자사의 웨어러블 제품 판매량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만 3억30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된 이 시장에서 나이키는 핏빗 조본 위싱스 가민 등 여러 업체와 경쟁해 왔다. 조사업체 NPD그룹은 나이키의 점유율을 10% 수준으로 추정한다. 최근 삼성전자도 이 시장에 진입해 나이키를 위협하고 있다.

시넷은 나이키가 하드웨어 사업을 접는 대신 퓨얼밴드 사용자를 위한 개인화 데이터분석 서비스 ‘나이키플러스(Nike+)’를 통해 소프트웨어(앱)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