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호 JP모간 리서치센터장 "한국 증시 저평가됐다고 볼 수 없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외국인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476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을 돌파하자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수’를 기대하는 분석도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외국계 증권사 시각은 ‘낙관론’과는 거리가 있다.

서영호 JP모간 리서치센터장(사진)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의 실적은 컨센서스(예상 실적 평균)보다 평균 18%가량 낮게 나왔다”며 “올해도 이런 차이가 날 것으로 전제할 경우 한국 증시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넘게 되고 가격 메리트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1분기 실적이 외국인 매수가 이어질지의 분수령인 만큼 실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무엇보다 예측실적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활동성이 약한 증시일수록 신뢰도가 높은 컨센서스가 나와야 장기투자에 대한 확신이 커진다는 것.

서 센터장은 “작년 4분기 상장사 70% 이상이 컨센서스보다 낮은 실적을 낸 탓에 올 상반기에는 실적을 확인한 뒤에 한국 종목을 사겠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여전히 많다”며 “낮은 배당비율과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관한 우려도 한국 증시가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인식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다만 신흥시장 내에서 한국을 가장 선호하는 시장으로 꼽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우려되긴 하지만 미니부양책이 나올 경우 이 같은 악재를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 국면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거라고 봤다.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올 2분기 말에는 1040원, 올해 말에는 1020원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1분기에는 101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수출이 늘어난다면 원화 강세 충격을 약화시킬 수 있어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0년째 JP모간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는 서 센터장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신영증권 등을 거쳐 2001년 JP모간에 합류했다. 순수 ‘국내파’로는 드물게 30대였던 2004년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간 리서치센터장을 맡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