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 맞아도 물방울 안맺히게 '초친수성' 원리 찾아냈다
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티타늄이 빛을 받을 때 초친수성(超親水性)을 띠는 원리를 규명했다.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 초친수성 물질은 눈과 비가 올 때도 시야를 가리지 않아야 하는 항공기와 자동차 유리 등에 사용된다.

제원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사진) 연구팀은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흡수 시 이산화티타늄 표면의 흡착물층과 물 분자의 강한 인력 때문에 초친수성이 나타나는 것을 밝혀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산화티타늄은 빛을 받을 때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금속 산화물 광촉매다. 유해물질을 분해하거나 항균, 탈취, 셀프 클리닝에 이용된다. 빛을 받으면 초친수성을 띠는 매우 특이한 성질도 가졌다. 정화 코팅제, 방담(흐림 방지) 필름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근본 원리를 알지 못해 응용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자체적으로 만든 원자힘현미경을 이용해 빛을 흡수할 때 이산화티타늄 표면에 생기는 흡착물층을 발견했다. 원자힘현미경은 미세탐침과 시료 표면 사이에 생기는 원자 간 상호작용력을 측정해 시료 표면의 구조적, 전자기적 특성을 형상화할 수 있는 장치다.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 표면의 전자들이 공기중 물분자와 상호 작용하면서 얇은 막처럼 물이 흡착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물층은 빛의 세기에 따라 약 20나노미터(㎚) 이상 두껍게 성장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도핑 등 특수 처리 없이 이산화티타늄의 고유한 성질을 이용해 태양광 스마트 코팅 소재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균, 탈취, 셀프 클리닝, 김서림 방지 기능을 가진 보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광촉매코팅제나 필름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제 교수는 “이번 성과는 이산화티타늄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금속산화물들의 광친수성을 이해하는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친환경 광촉매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