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바바·텐센트, 온라인금융업 본격화…거대은행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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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MMF판매…8개월새 83조원 끌어모아
6%대 예금금리로 유동성 흡수…공상은행 예금이탈 '충격'
中 지난달 10개 민영은행 허가…"인터넷금융 더욱 육성할 것"
시장재편·금융개혁 '관심'
6%대 예금금리로 유동성 흡수…공상은행 예금이탈 '충격'
中 지난달 10개 민영은행 허가…"인터넷금융 더욱 육성할 것"
시장재편·금융개혁 '관심'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중국의 알리바바가 지난해 6월 말 출시한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는 9개월 만인 지난달 말까지 5000억위안(약 83조원)을 끌어모았다. 가입자 수는 8000만명에 달한다. 증권사들이 주식시장 개장 이후 23년간 확보한 고객(약 9000만명)과 맞먹는 규모다.
모바일 메신저와 게임으로 유명한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지난 1월 ‘리차이퉁’이라는 인터넷 금융상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출시 하루 만에 8억위안(약 1조3000억원)을 끌어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은행 위협하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최근 중국 금융업계의 최대 화두는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인터넷 공룡들의 ‘공습’이다. 알리바바의 ‘위어바오’가 시중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연 3%대 초반인 은행 예금 금리의 두 배에 달하는 연 6%대의 금리를 제시한 결과다. 국유 상업은행은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제한을 받는 반면 민간기업인 알리바바는 자체적인 금리책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인터넷 분야에선 이미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알리바바는 미국의 아마존을 제치고 거래 규모 측면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고, 게임과 모바일 메신저 분야의 강자 텐센트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라있다.
게다가 두 회사는 지난달 중국 정부로부터 은행업 허가까지 받아 수신과 여신은 물론 송금과 결제기능까지 갖게 됐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한국으로 따지면 네이버에 은행 진출을 허용해준 것”이라며 “충격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중국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5대 국유은행(공상·중국·농업·건설·교통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인터넷 금융상품이 금융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정부에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지난 2월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커창 총리는 “인터넷 금융을 더욱 육성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지난달 발표된 10개 민영은행 사업자에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포함됐다.
여론도 은행에 불리하게 흘러갔다. 공상은행이 지난달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서비스 알리페이(즈푸바오)로의 이체 한도를 제한하자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선 은행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그림자 금융’ 억제 등 다목적 포석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등 인터넷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적극 독려하는 데는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그림자 금융’을 막는 등 다양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알리바바와 같은 후발 민영은행이 출현하면 민간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 문턱도 자연스레 낮아지면서 그림자 금융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커진 것은 은행들이 대형 국유 기업들에만 대출해주면서 민간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민간 은행을 통한 금융 선진화도 노리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작년 7월 금융산업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회사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지난해 대출금리를 자유화했고, ‘기준금리의 1.1배 이하’로 정해져있는 예금금리 제한도 향후 1~2년 내 풀기로 했다.
문제는 중국의 5대 국유은행들이 은행산업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전체 금융자산의 44.90%, 은행 예금의 69.04%를 이들 5대 국유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작년까지 중국 은행들의 예금금리가 법적 상한선인 연 3.3%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도 이런 독과점 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싶어도 강력한 기득권 세력인 5대 국유은행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알리바바와 텐센트라는 외부세력을 통해 5대 국유 은행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보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구상”이라고 진단했다.
금융혁신 주도 가능할까
시장의 관심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과연 금융업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여부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안 연구위원은 “알리바바는 B2B(기업대 기업) 사이트인 알리바바닷컴을 통해 중소 기업들에 대한 신용정보를 축적하고 있고,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 가입자 3억명에 대한 개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은행 부문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일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지쿠이셩 핑안그룹 회장도 “포화상태에 달한 선진국과 달리 중국의 소매금융 시장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인터넷 기업들이 향후 시장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병서 중국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그러나 “중국 정부의 목표는 인터넷 기업들이 은행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지 국유 은행들을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하는 것은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보호하지 않는 민영은행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금자보호제 도입과 은행파산법 제정 등 선행돼야 할 과제도 많다”고 덧붙였다.
■ 즈푸바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물품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라인결제 시스템.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에선 택시요금을 내거나 자동판매기도 이용할 수 있다. 고객들은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즈푸바오로 자금을 이체한 뒤 사용할 수 있다.
■ 위어바오
작년 6월 알리바바가 출시한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자금 운용은 ‘텐홍’자산운용이 맡고 알리바바는 위탁판매를 담당했다. 고객들은 즈푸바오에 충전된 금액을 통해 위어바오에 가입할 수 있다.
김동윤/김순신 기자 oasis93@hankyung.com
모바일 메신저와 게임으로 유명한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지난 1월 ‘리차이퉁’이라는 인터넷 금융상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출시 하루 만에 8억위안(약 1조3000억원)을 끌어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은행 위협하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최근 중국 금융업계의 최대 화두는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인터넷 공룡들의 ‘공습’이다. 알리바바의 ‘위어바오’가 시중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연 3%대 초반인 은행 예금 금리의 두 배에 달하는 연 6%대의 금리를 제시한 결과다. 국유 상업은행은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제한을 받는 반면 민간기업인 알리바바는 자체적인 금리책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인터넷 분야에선 이미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알리바바는 미국의 아마존을 제치고 거래 규모 측면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고, 게임과 모바일 메신저 분야의 강자 텐센트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라있다.
게다가 두 회사는 지난달 중국 정부로부터 은행업 허가까지 받아 수신과 여신은 물론 송금과 결제기능까지 갖게 됐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한국으로 따지면 네이버에 은행 진출을 허용해준 것”이라며 “충격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중국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5대 국유은행(공상·중국·농업·건설·교통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인터넷 금융상품이 금융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정부에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지난 2월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커창 총리는 “인터넷 금융을 더욱 육성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지난달 발표된 10개 민영은행 사업자에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포함됐다.
여론도 은행에 불리하게 흘러갔다. 공상은행이 지난달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서비스 알리페이(즈푸바오)로의 이체 한도를 제한하자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선 은행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그림자 금융’ 억제 등 다목적 포석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등 인터넷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적극 독려하는 데는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그림자 금융’을 막는 등 다양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알리바바와 같은 후발 민영은행이 출현하면 민간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 문턱도 자연스레 낮아지면서 그림자 금융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커진 것은 은행들이 대형 국유 기업들에만 대출해주면서 민간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민간 은행을 통한 금융 선진화도 노리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작년 7월 금융산업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회사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지난해 대출금리를 자유화했고, ‘기준금리의 1.1배 이하’로 정해져있는 예금금리 제한도 향후 1~2년 내 풀기로 했다.
문제는 중국의 5대 국유은행들이 은행산업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전체 금융자산의 44.90%, 은행 예금의 69.04%를 이들 5대 국유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작년까지 중국 은행들의 예금금리가 법적 상한선인 연 3.3%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도 이런 독과점 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싶어도 강력한 기득권 세력인 5대 국유은행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알리바바와 텐센트라는 외부세력을 통해 5대 국유 은행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보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구상”이라고 진단했다.
금융혁신 주도 가능할까
시장의 관심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과연 금융업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여부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안 연구위원은 “알리바바는 B2B(기업대 기업) 사이트인 알리바바닷컴을 통해 중소 기업들에 대한 신용정보를 축적하고 있고,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 가입자 3억명에 대한 개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은행 부문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일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지쿠이셩 핑안그룹 회장도 “포화상태에 달한 선진국과 달리 중국의 소매금융 시장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인터넷 기업들이 향후 시장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병서 중국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그러나 “중국 정부의 목표는 인터넷 기업들이 은행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지 국유 은행들을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하는 것은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보호하지 않는 민영은행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금자보호제 도입과 은행파산법 제정 등 선행돼야 할 과제도 많다”고 덧붙였다.
■ 즈푸바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물품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라인결제 시스템.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에선 택시요금을 내거나 자동판매기도 이용할 수 있다. 고객들은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즈푸바오로 자금을 이체한 뒤 사용할 수 있다.
■ 위어바오
작년 6월 알리바바가 출시한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자금 운용은 ‘텐홍’자산운용이 맡고 알리바바는 위탁판매를 담당했다. 고객들은 즈푸바오에 충전된 금액을 통해 위어바오에 가입할 수 있다.
김동윤/김순신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