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호물품 속속 도착 >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 20일 구호물품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구호물품 속속 도착 >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 20일 구호물품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진도군 지산면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씨. 지난 19일 그의 펜션으로 일본인 기자 한 명이 찾아와 “숙소를 찾을 수가 없다. 방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 펜션은 이미 자원봉사자 등 세월호 사고 관련 지원단의 숙소로 모두 예약된 상태였다. A씨는 일본인 기자를 자신의 집에서 무료로 묵게 했다.

그는 “밤늦은 시간에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다”며 “나도 자식을 키우는 사람인데, 세월호와 관련한 사람은 그냥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 민간잠수사 등 많은 지원인력이 몰려들면서 진도의 숙박업소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그런데 숙박업체들은 오히려 반값에 방은 내주며 지원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진도 지역사회뿐만이 아니다. 기업들과 봉사단체 등이 전국에서 사고 현장이 있는 진도로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숙박업체들, 이심전심 할인

진도 숙박업체들은 사고 관련 지원인력에 우선 방을 내주고 있다. 의신면에 있는 K펜션엔 20일 방이 하나 있었다. 관광객 몇 명이 찾아 왔지만 방을 주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이 방을 구하러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펜션에는 자원봉사자 및 민간잠수사 20여명이 머물고 있다. 숙박료는 평소엔 하루 10만원 선. 하지만 세월호 지원인력에겐 절반값인 5만원에 방을 빌려준다. 이 펜션과 약 1㎞ 떨어진 S펜션도 민간 잠수사들에겐 절반 가격인 8만원에 방을 제공하고 있다. 구조 활동에 지친 잠수사들에게 빵과 라면도 무료로 제공한다.

숙박업체의 이런 지원은 이심전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A펜션 관계자는 “군청에서 사고 이후 모두가 나서서 세월호 침몰 사고를 돕자는 의견을 보내왔다”며 “펜션끼리 협의한 사안은 아닌데,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서로 할인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숙박업소나 음식점 등 상업시설에 많은 지원인력이 몰려들고 있어 함께 돕자는 의견을 보냈다”며 “스스로 이런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 5000명…기업 지원 잇따라

기업들은 활발한 현장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광주은행, 대한조선 등의 기업들이 즉석밥·음료·화장지 등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진도 현지에 비나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바람막이 의류 1000만원 상당을 전달했고, 실내체육관 밖에서는 금융감독원이 현지 지원과 함께 음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실내체육관을 찾아 수건 1000장, 물티슈, 비옷 1000장, 양말 1000장 등 5t 트럭 1대 분량의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진도를 찾은 자원봉사 인력은 244개 단체, 503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진도=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