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1일 오후 3시28분

[마켓인사이트] 이동춘 정책금융공사 부사장 "中企 틈새투자 2탄…이번엔 전기車 펀드"
“올해 정책금융공사는 에너지와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겁니다. 턴어라운드 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대는 펀드도 만들 생각입니다.”

정책금융공사는 국민연금과 더불어 국내 사모투자 시장의 양대 큰손으로 불린다. 주로 유망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목적으로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VC)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정책금융공사는 올해도 지난해 수준인 1조3000억원 안팎의 출자를 준비하고 있다. 다른 기관과 금융권의 자금을 받아 최대 2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투자분야는 작년과 달리 에너지와 중소기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에너지 공기업의 자산을 인수하는 펀드 등을 준비 중이다.

이동춘 정책금융공사 부사장(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전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이 최근 부채 감축을 위해 국내외 자산 매각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며 “PEF 등을 통해 이를 인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량 매물이지만 시간에 쫓겨 해외에 싼값에 팔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1단계로 정책금융공사가 5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만들고 자(子)펀드를 조성할 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총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유망산업수요창출펀드(이하 미래펀드)도 지난해 ‘반딧불 LED’ 펀드에 이어 올해 2탄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는 서울시 지하철의 형광등 65만개를 친환경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대체하는 반딧불 LED펀드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정책금융공사가 펀드를 통해 LED 조명을 구매한 뒤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면, 지자체는 LED 조명으로 바꿔 아낀 전기료를 수년에 걸쳐 펀드에 지급하는 모델이다. 지자체는 초기 목돈을 들일 필요가 없고, 판로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400여개 LED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올해 광주광역시와도 펀드를 통해 지하철과 공공기관 등에 LED 조명을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올해는 미래펀드 2탄으로 전기차 펀드도 준비 중이다. 전기차 시범지역인 제주시와 전기버스 및 충전설비를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역시 전기차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지자체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올해 중견·중소기업 투자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르면 하반기 중 턴어라운드(회생)가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PEF를 조성할 계획이다. 펀드는 1500억원 규모로 중견·중소기업에 투자된다. 그동안 정책금융공사의 PEF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투자했다. 하지만 올해는 중소기업 위주로 대상을 제한하기로 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PEF 중에서는 기업재무안정PEF에만 출자하기로 했다. 재무안정PEF는 경영난 때문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부사장은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일반적인 대기업은 정책금융공사의 자금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해운 조선 건설 등 경기 민감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목적의 대기업 자금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에 대해서는 “인수자 동향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재매각 시점을 정할 것”이라며 “두 차례나 매각을 추진한 경험이 있어 유효 경쟁만 충족되면 매각을 빨리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고경봉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