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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감독당국의 징계도 묘하고 은행장 반발도 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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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한 금융감독원 징계를 두고 금융권에 뒷말이 많다. 징계를 받은 은행장이 자신의 과오를 부정하며 현직을 고수하겠다는 기이한 결과가 나타나고 말았다. 더 은근한 수군거림은 감독당국을 향해 있다. 경징계가 중징계로 바뀌어 간 과정도 그렇지만 차기에는 행장을 하지 못한다는 징벌이 지금은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로 둔갑되는 것이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 주먹(invisible fist)’의 향방을 묻는 질문들이다.

    그가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건 2011년 하나캐피탈 사장 때의 부실투자 때문이다.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지원해 결과적으로 약 60억원의 손실을 낸 과정에서 이사회 미의결, 서류 조작 같은 오류가 있었다는 게 두 차례에 걸친 검사결과다. 이 제재의 적합성과 정당성 자체를 제3자가 평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두 차례의 중복 검사, 수위가 높아진 징계의 배경이다. 부실·횡령·배임의 백화점 같았던 ‘미래저축은행 사태’ 직후인 2012년 상반기에 검사를 했던 금감원이 1년반 만인 지난해 12월 2차검사를 실시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까지 겨냥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금감원 검사라는 것이 성에 덜 찬다고 해서 ‘더 세게, 다시!’라는 식일 수는 없다. 애초 현 직무를 중지시킬 정도의 과오라고 판단했다면 바로 물러나게 하는 게 맞다. 연임할 수 없다고 해놓고 당장 물러나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죄형법정주의는 간 곳 없고 원님재판처럼 돼버리고 말았다.

    김 행장이 계속 버티면 사기대출 연루 등 은행의 다른 잘못이나 민원업무 처리와 관련해 혼이 날 것이라는 엄포도 나도는 모양이다. 금감원의 행동양식이 검찰의 별건수사 횡포와 닮는다면 이는 저질이요 아류일 뿐이다. 그런 시나리오 자체가 금융감독의 전근대성이요 재량 남용이다. 금감원의 조사와 징계는 그 자체로 명징해야 한다. 이런 식의 자의적 조사와 징계라면 누가 감독당국의 조치 결과를 수긍하겠는가. 차제에 징계 관련 규정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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