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최고의 친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들
생명을 아끼는 인격을 갖췄으면
조현민 < 대한항공 전무·진에어 전무 emilycho@koreanair.com >
생명을 아끼는 인격을 갖췄으면
조현민 < 대한항공 전무·진에어 전무 emilycho@koreanair.com >
나는 부모님과 네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내가 ‘우리 아가들’이라고 부르는 반려견들은 귀가 시 내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예상보다 몇 초만 늦게 현관문에 들어서면 두 발로 문을 두들기며 난리법석이다.
가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있을 때면 조용히 내 곁을 지켜주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내 상태가 나아진 것 같으면 후루룩 자리를 털고 간식창고 앞에 앉아 애처로운 눈빛으로 작은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아가들은 정말 단 한 번도 나의 슬픔 혹은 아픔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람과 가장 많은 소통과 심적 교류를 하는 동물이 반려견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가족 구성원이 되기도 하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외로운 이들에게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면서 삶의 소소한 행복을 찾게 해주는 것도 반려견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견들이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발생한 유기 동물이 10만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그들을 사랑해줄 새로운 가족을 찾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특정한 사람들에게 상업적 용도로 이용되거나 안락사를 당한다.
많은 이들이 반려견을 분양받지만 그중 얼마나 반려견을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소중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은커녕 분양받은 견종 특성이나 이들이 생활하기 적합한 환경에 대해 충분한 지식도 없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어쩌면 인간은 반려견들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인 동시에 적일지도 모른다.
미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을 전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동물을 보기 위해 동물원에 방문해 마주하는 것은 거울이다.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이라는 것이다. 말을 듣지 않고 집안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병들고 나이 들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중한 생명을 거리로 내쫓는 무서운 동물이 아닐 수 없다.
인간과 동물이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없기에 그들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기 힘든 점도 있다. 나 또한 나의 반려견들에게 얼마나 좋은 주인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반려동물을 향한 이기적인 인간의 행동은 절대 존중받을 수 없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하여 더 성숙한 자세로 접근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조현민 < 대한항공 전무·진에어 전무 emilycho@koreanair.com >
가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있을 때면 조용히 내 곁을 지켜주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내 상태가 나아진 것 같으면 후루룩 자리를 털고 간식창고 앞에 앉아 애처로운 눈빛으로 작은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아가들은 정말 단 한 번도 나의 슬픔 혹은 아픔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람과 가장 많은 소통과 심적 교류를 하는 동물이 반려견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가족 구성원이 되기도 하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외로운 이들에게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면서 삶의 소소한 행복을 찾게 해주는 것도 반려견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견들이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발생한 유기 동물이 10만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그들을 사랑해줄 새로운 가족을 찾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특정한 사람들에게 상업적 용도로 이용되거나 안락사를 당한다.
많은 이들이 반려견을 분양받지만 그중 얼마나 반려견을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소중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은커녕 분양받은 견종 특성이나 이들이 생활하기 적합한 환경에 대해 충분한 지식도 없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어쩌면 인간은 반려견들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인 동시에 적일지도 모른다.
미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을 전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동물을 보기 위해 동물원에 방문해 마주하는 것은 거울이다.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이라는 것이다. 말을 듣지 않고 집안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병들고 나이 들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중한 생명을 거리로 내쫓는 무서운 동물이 아닐 수 없다.
인간과 동물이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없기에 그들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기 힘든 점도 있다. 나 또한 나의 반려견들에게 얼마나 좋은 주인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반려동물을 향한 이기적인 인간의 행동은 절대 존중받을 수 없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하여 더 성숙한 자세로 접근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조현민 < 대한항공 전무·진에어 전무 emilycho@koreanai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