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왼쪽)이 지난 1월 권영수 LG화학 사장(가운데)과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부사장)으로부터 ‘케이블 배터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구본무 LG 회장(왼쪽)이 지난 1월 권영수 LG화학 사장(가운데)과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부사장)으로부터 ‘케이블 배터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LG그룹은 에너지와 에코, 헬스케어, 자동차용 솔루션을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정해 투자하고 있다. TV 가전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R&D·신기술로 도약] LG그룹, 전기차 부품 '세계 최강자' 향해 질주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게 전기차용 솔루션이다. 독일 보쉬가 내연기관 차량용 부품의 1인자가 된 것처럼 전자와 화학 계열사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전기차 부품 회사로 발돋움하는 게 LG의 목표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스마트폰으로의 대전환기를 놓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 ‘글로벌 톱 클래스’를 목표로 하고 있는 LG의 자동차부품사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4개 계열사의 자동차부품 관련 매출은 2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LG전자는 내비게이션 카오디오 등 인포테인먼트 제품으로 9000억원,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5000억원, LG이노텍은 차량용 모터와 카메라모듈 등으로 4500억원,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로 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살아나고 있어 올해 LG그룹의 자동차부품 관련 매출은 3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자-디스플레이-배터리로 이어지는 부품 사업 구도를 갖춰 고객사 확보에 유리해서다.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신기술을 내세워 현대·기아자동차, 벤츠, 도요타 등 고객사들을 공략하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매년 30% 이상 성장해 2016년 매출 10억달러로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2018년 매출 목표는 20억달러로 잡고 있다.

국내 차량용 모터 점유율 1위인 LG이노텍은 자동차 안전주행의 핵심 부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차량용 카메라모듈로 2017년까지 1조원 이상 수주실적을 달성해 이 분야 글로벌 1위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연산 2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LG화학은 지금까지 현대·기아차, GM, 포드, 르노 등 10여개 완성차 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했고 2015년까지 20개 업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LG전자가 개발 중인 자동차용 모터, 컴프레서(공기압축기), 공조시스템 등의 매출도 2016년께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동차부품 수주는 2~3년 뒤에 개발되는 신차에 맞춰지기 때문에 가시적인 매출 성과가 나타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 현대·기아차, BMW, GM, 포드 등 완성차업체들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LG화학 등 자동차부품 관련 5개 계열사와 함께 현대차가 개최한 테크쇼에 참가하는 등 차세대 자동차 및 전장 부품 연구개발(R&D)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부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투자하고 있어 3~5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는 LG전자와 LG이노텍의 전자 분야 외에 자동차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도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갖췄다.

2004년 LG CNS에서 분사했다가 LG전자로 합병된 V-NES는 자동차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설계 및 생산기술 개발,부품개발 사업 등을 벌여왔다. 말레이시아 프로톤, 중국 지리, 인도 타타 등 신흥국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일본 도요타 계열 브랜드인 다이하쓰의 의뢰를 받아 자동차 개발에 참여했다. 2009년부터는 전기차 설계에도 본격 진출했다.

LG전자가 지난해 흩어져 있던 전기차 부품 사업을 한데 모은 것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 V-ENS를 인수한 뒤 자동차 부품(VC)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또 인천 청라지구에 연면적 10만4621㎡(약 3만1648평)인 R&D 단지를 완성했다. 연구부터 부품 테스트, 시험 생산까지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원스톱 차량 부품 R&D 센터’다. 전기차 부품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겠다는 경영 의지를 담은 것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