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마음비우기
나는 항상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을 달고 산다. 아주 사소하게는 오늘 무엇을 입고 먹을지부터 어떤 약속을 정하고, 어떤 회의를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등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반복한다. 그 와중에는 머릿속에만 있다가 없어질지 모르는 생각들 때문에 수시로 메모하거나,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이에게 그때그때 알려주기도 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손에 움켜쥔 모든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살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없이 살다보면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는지 참 허무하고, 후회될 때가 많을 것이다. 이것 하나만 내려놓으면 편할 것을, 내가 이것만 바라지 않으면 이런 마음고생도 없을 것을, 내가 기대하지 않으면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을 텐데….

간혹 TV를 보면 지친 도심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터전을 옮긴 사람이나,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디론가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의 얼굴은 그렇게 평온하고 밝을 수가 없다. 그래, 누구나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다 마음먹고 실천하기에 달린 것이 아닌가.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라는 말처럼 얼마나 소중한 하루하루인지 모른다.

어디선가 이런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신(神)과의 인터뷰’라는 글이었는데 인간에게 가장 놀라운 것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걸작이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그러면서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러고는 결코 살아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이랬더란다. 아! 무릎을 탁 치게 됐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그 누구도 아닌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위해서, 의미 있게 삶을 사는 것. 또 그렇게 살기 위해서 무의미한 것들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을 수 있는 것. 그게 지금 필요한 것 같다.

이민재 <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ceo@ms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