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온다고 했잖아…꼭 와라" "거기서 얼른 나와 꽃 피우렴"
22일 경기 안산시 월피동의 작은 가게인 ‘삼일마트’. 주인은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아들 강승묵 군(단원고 2학년)을 찾아 진도로 떠났다. 굳게 닫혀 있는 셔터문엔 이 집 아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이 붙인 쪽지가 빼곡했다.

강군의 한 친구는 쪽지에 “너와 마지막으로 카톡하고 없어지지 않는 ‘1’이 너무 마음 아프다”고 적었다. 이어 “너 겁쟁이라 어두운데 무섭잖아. 너랑 냉면 먹고 온지 며칠 됐다고 갑자기 이러니까 진짜 실감이 안나. 제발 너 나보고 울지 말라고 해놓고 너 땜에 울게 하면 진짜 안 된다 너”라고 썼다.

이 가게에는 ‘R=VD(Reality=Vivid Dream·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진다)’라고 쓰인 쪽지가 눈에 띄었다. 동네 한 주민은 “늘 밝게 웃던 학생이었다”며 “승묵이가 꼭 돌아와서 많은 사람들이 붙여 놓은 메모들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인을 마친 운구차가 하나둘 단원고 교문을 빠져나오던 순간에도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쪽지는 새로 붙었다.

한 실종 학생의 여동생은 “아직 오빠는 그 어둡고 차가운 물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오빠가 엄마한테 꼭 돌아온다고, 꼭 살아서 돌아가겠다고 그랬다. 그러니까 꼭 알아서 와! 너무 너무 진짜 많이 사랑해”라고 남겼다. ‘형의 여자친구’라고 밝힌 쪽지에는 “지금이면 수학여행 잘 다녀와서 늘어지게 한숨자고 쉴 때인데. 너무 차가운 곳에 오랫동안 있게 한 무능한 어른들, 정부가 너무 밉고 싫다”고 적혀 있었다.

단원고 2학년 교실에도 “뿌리째 꺾여 꽃피우지 못한 후배들아, 가지째 꺾여 꽃피우지 못한 후배들아. 차가운 배안에서 나와 꽃 피워주렴. 차가운 바다에서 나와 꽃 피워주렴” 등 메모가 빼곡했다. 교무실 문에는 “해봉쌤(역사샘). 왜 아무 소식이 없나요! 쌤이 첫 수업 때 말씀하셨잖아요. 바다 ‘해’ 봉황 ‘봉’. 바다의 킹왕짱이라고. 그런데 왜 소식이 없어요”라는 쪽지가 붙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학년 5반 담임 이해봉 교사(32)는 난간에 매달린 학생 10명을 구한 뒤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매일 밤 촛불행사가 열리고 있는‘안산문화광장’ 역시 쪽지로 뒤덮이긴 마찬가지다. 한 단원고 학생은 “박육근샘, 슬라바, 김예은, 박성복, 김진광, 이영만, 이경민… 내새끼들 빨리 돌아와! 보고 싶잖아. 선생님, 미술 이번에 잘했는데 빨리 자랑하러 갈게요!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안산=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