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아이, 싀이셜바.(귀엽다, 발라봐.)", "쩌머양(어때)?"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명동점 2층에 위치한 '스타일난다' 매장. 한 무리의 여성들이 화장품 매대를 에워쌌다. 대다수 여성들은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로 대화하며 제품을 골랐다. 매대뿐 아니라 계산대에도 줄이 늘어선 모습이었다.
'왕서방'으로 불리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보다 젊어진 자유여행객 비중이 늘어나면서 유통업계에선 '미스왕'의 소비에 주목하고 있다.
2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방한 중국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한 32만6295명을 기록했다. 비수기이지만 춘제 연휴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여행객이 급증했다. 주요 방한층은 연령대별로 20대, 30대, 40대, 50대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 여행객이 남성 여행객보다 1.27배 많았다.
유한순 한국관광공사 중국팀 차장은 "'별그대'가 인기를 끌며 중국 현지 여행사들이 발 빠르게 드라마 등장 명소를 여행 일정에 넣은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며 "여유법(旅遊法) 시행 이후 자유여행객 증가율이 단체여행객보다 높게 나타났고, 젊은 여성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단체 여행객보다 개별 자유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중국 관광객들이 시내 면세점과 백화점을 많이 찾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13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중복 응답 가능)'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관광객의 60.7%가 시내 면세점에서 쇼핑했다. 명동(42.8%), 공항면세점(30.1%)이 뒤를 이었다.
유통업체들은 큰손인 중국인의 구매 패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신생 잡화 브랜드 '루즈 앤 라운지'는 별그대 주연을 맡은 전지현의 모델 파워에 힘입어 론칭 1년 만에 면세점 입점이 성사됐다. 이달 초 개장한 롯데면세점 본점 매장 매출 대부분이 중국인 구매분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실속 구매 성향도 지난해부터 높아지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유행을 잘 따라가는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올 춘제 연휴 기간 본점의 중국인 매출과 구매건수를 분석한 결과 의류와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스타일난다'가 매출 7위에 올랐다. 지난해 국경절에도 스타일난다를 비롯해 '라빠레뜨', '원더플레이스', '스파이시칼라' 등 영플라자 입점 중저가 브랜드 7개가 중국인 본점 구매건수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MCM' '설화수' 등 국내 고급 브랜드들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국경절 롯데백화점 본점에선 성주그룹이 운영하는 독일 잡화 브랜드 MCM이 1위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설화수도 매출 순위가 티파니 다음인 8위를 차지했다.
중국 관광객들의 'K-뷰티' 사랑이 특히 뜨겁다.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중 73.1%가 '향수·화장품'을 구매했다.
화장품 업계에선 중국인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중국어 가능 점원을 확충하고 '밀착 공략'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쇼핑 시 카운셀링과 행사 등 프로모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인 고객에겐 일본인보다 적극적으로 구매를 권유하도록 직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관련 상품이나 할인 및 증정 혜택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설화수 관계자는 "설화수 면세점 직원의 경우 전체의 60~70% 정도가 중국어 전공자나 자격증 소지자"라며 "서비스 품질 강화를 위해 중국어 세일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숍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앤씨는 명동권 매장의 중국어 가능 점원과 일본어 가능 점원을 8대 2 수준으로 구성, '미스왕' 모시기에 나섰다.
에이블씨앤씨 관계자는 "매장에서 포스터 등의 홍보물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붉은색과 황금색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며 "중국인이 선호하는 제품은 달팽이 점액질, 뱀독과 유사한 성분의 '씨네이크' 등 특이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올 중국 노동절 연휴에는 지난해보다 40% 증가한 7만 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방한 외국 관광객 중 1일 평균 지출 경비가 많은 나라는 중화권에 집중됐다. 지난해 방한 관광객 중 1일 평균 지출 경비가 가장 많은 국가는 1인당 하루 379.5달러를 쓴 중국이다. 태국(333.6달러), 대만(315.1달러), 홍콩(307.1달러)이 뒤를 이었다. 일본 관광객은 274.5달러로 집계됐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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