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해 무대화하는 공연 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오싹한 연애’ ‘나의 PS 파트너’ 등 2~3년 전 개봉해 인기를 모았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세 편이 내달 초 나란히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올라 흥행 대결을 벌인다. 한국 멜로 영화의 신(新) 고전으로 평가받는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1998년작 ‘8월의 크리스마스’도 오는 8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영화의 연극화’는 그동안 꾸준히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대학로의 대중화·상업화 경향과 맞물리면서 더 활발해지고 있다. ‘데이트 연극’을 선호하는 젊은 관객을 겨냥해 만들어져 장기 공연 중인 ‘작업의 정석’ ‘쩨쩨한 로맨스’ ‘S다이어리’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원작 연극은 대중적인 인지도와 영화보다 생동감 넘치는 연극적 재미로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공연제작사 악어컴퍼니의 정가영 홍보마케팅팀장은 “연극으로 만들기 적합한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물이 많아진 것도 영화 원작 공연 제작 붐이 일고 있는 이유”라며 “영화의 흥행력을 살리기 위해 공연화되는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내 아내의 모든 것’은 2012년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주연으로 46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원작이다. 영화를 만든 수필름이 직접 제작한다. 공연전문 기획사가 아닌 영화제작사가 직접 연극을 제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 여름밤의 꿈’ 등의 작품에서 독창적이고 재기발랄한 해석을 보여준 양정웅 극단 여행자 대표가 연출을 맡아 상업성이 강한 로맨틱 코미디물을 어떻게 무대화할지도 관심거리다.

연극 '오싹한 연애'
연극 '오싹한 연애'
민진수 수필름 대표는 “드라마의 연극적 요소가 강해 영화 기획 단계부터 동시에 공연화를 추진했던 작품”이라며 “역량 있는 연출가를 만나 직접 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이브 음악이 흐르고 배우들이 노래도 부르는 ‘뮤직 시어터’로 만들어 영화 및 일반 연극과 차별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방자전’ ‘전국노래자랑’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류현경이 연극 무대에 처음 선다. 심은진 김재범 전병욱 김도현 조휘 등 출연. 5월5일~6월29일, DCF대명문화공장 2관, 2만~5만원.

이민기 손예진 주연으로 300만명을 동원한 ‘오싹한 연애’는 소극장 창작극 흥행 신화를 새롭게 쓰고 있는 히트작 ‘옥탑방 고양이’를 제작한 악어컴퍼니와 이 연극의 초연 연출가 김태형이 4년 만에 다시 만나 무대화한다. 정가영 팀장은 “호러 로맨틱 코미디란 장르를 소극장 무대에서 처음 시도한다”며 “신나게 웃다가도 까무러칠 만큼 놀라운 공포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이림 서동진 이현주 유현선 등 출연. 5월2일~8월31일, AN아트홀, 3만원.

연극 ‘나의 PS 파트너’
연극 ‘나의 PS 파트너’
지성 김아중 주연의 섹시 로맨틱 코미디 ‘나의 PS 파트너’는 공연제작사 투비컴퍼니가 영화와 같은 ‘19금’으로 제작한다. 연극 ‘행복’, 뮤지컬 ‘젊음의 행진’ 등을 만든 정세혁이 각색, 연출한다. 원작의 ‘솔직하고 화끈한 섹시 코미디’ 코드를 살리면서 기적 같은 사랑의 설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맹주영 박시원 장주아 이혜림 등 출연. 5월2~31일,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 3만원.

연극 ‘8월의 크리스마스’는 예술의전당이 연예기획사 SM C&C와 손잡고 만든다. 각색과 연출은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대본을 쓰고 연출한 황재헌이 맡는다. 공연은 8월1일부터 9월6일까지. 캐스팅과 관람료는 미정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