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한 달째를 맞은 ‘KRX금시장’이 극심한 거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가격보다 높은 시세가 형성되면서 금은방 등을 경영하며 대량 거래를 하는 실물사업자들이 참여를 꺼려 사실상 시장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金시장 개장 한달…반쪽 난 거래대금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문을 연 KRX금시장의 한 달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3.6㎏에 그쳤다. 이는 국내 대형 민간금거래소 거래량의 10분의 1(하루 평균 30~40㎏) 수준이다. 공개 시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최소 거래량인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1억6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가 부진한 것은 국제가격보다 1%가량 높게 기준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KRX금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금의 기준가격엔 수입할 때 들어가는 운송비 등 각종 비용과 농어촌특별세 0.6%가 포함돼 국제가격보다 1% 정도 높은 값이 적용된다. 따라서 매도주문은 많지만 매수주문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金시장 개장 한달…반쪽 난 거래대금
정부는 실물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거래수수료를 면제토록 했다. 또 금 투자로 수익을 얻어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등 세제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일부 실물사업자들 사이에선 부가가치세 부과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가 성립돼 실물을 찾을 때는 부가세 10%를 내야 한다. 유동수 한국귀금속유통협회장은 “전 세계 금거래소에서 유일하게 부가세를 10% 적용하고 있어 대량으로 거래하는 실물사업자에게 매우 불리하다”며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물사업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올 하반기엔 협의대량매매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협의대량매매제는 거래 당사자들이 가격과 수량을 합의한 뒤 거래소에 거래체결을 신청하는 것으로 대량매매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는 호가당 최대 주문수량을 5㎏으로 제한하고 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본부장은 “KRX금시장의 거래량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