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홍보 열 올린 팽목항의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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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
“구조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청해진함에 오르자마자 해군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해군은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에서 이뤄지는 구조활동 현장의 모습을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신문 방송 인터넷매체 등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28명의 기자들이 오후 4시30분께 해군이 제공한 인원 이송정인 ‘YUB함정’ 두 척에 나눠 탔다.
사고 이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과 수습된 시신이 들어오는 팽목항에 상주하던 기자들로선 해군의 구조활동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실종자 가족들이 그동안 구조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온 터라 현장방문은 더 의미가 컸다.
그런데 정작 해군은 구조상황을 전달하기보다 홍보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사고 해역에 정박 중인 청해진함엔 각종 잠수장비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해군은 이들 장비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잠수병을 치료하는 감압체임버로 이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세월호 구조활동과는 별반 관계가 없는 ‘포화 잠수용 체임버(심해잠수용)’ 기능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해군 SSU 대원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는 ‘연출’까지 이뤄졌다. 기자들이 구조활동을 마치고 휴식하던 SSU 대원과 인터뷰를 하려는 순간 한 해군 관계자는 이 대원에게 “몸에 물이라도 적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작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해군 관계자들은 세월호 내부 상황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한 SSU 대원이 기자들에게 수중 시계가 “50~60㎝ 정도”라고 말하자, 해군 고위 관계자는 “그렇게 말하면 시계가 좋아 보이지 않나. 30~40㎝라고 해야 구조활동이 어렵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다”고 답을 바꿀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사고 해역에서 목숨을 담보로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는 해군의 노력은 평가 받아야 한다. 하지만 팽목항에서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일부 해군 관계자들의 이런 발언은 신중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
지난 22일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청해진함에 오르자마자 해군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해군은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에서 이뤄지는 구조활동 현장의 모습을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신문 방송 인터넷매체 등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28명의 기자들이 오후 4시30분께 해군이 제공한 인원 이송정인 ‘YUB함정’ 두 척에 나눠 탔다.
사고 이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과 수습된 시신이 들어오는 팽목항에 상주하던 기자들로선 해군의 구조활동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실종자 가족들이 그동안 구조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온 터라 현장방문은 더 의미가 컸다.
그런데 정작 해군은 구조상황을 전달하기보다 홍보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사고 해역에 정박 중인 청해진함엔 각종 잠수장비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해군은 이들 장비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잠수병을 치료하는 감압체임버로 이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세월호 구조활동과는 별반 관계가 없는 ‘포화 잠수용 체임버(심해잠수용)’ 기능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해군 SSU 대원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는 ‘연출’까지 이뤄졌다. 기자들이 구조활동을 마치고 휴식하던 SSU 대원과 인터뷰를 하려는 순간 한 해군 관계자는 이 대원에게 “몸에 물이라도 적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작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해군 관계자들은 세월호 내부 상황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한 SSU 대원이 기자들에게 수중 시계가 “50~60㎝ 정도”라고 말하자, 해군 고위 관계자는 “그렇게 말하면 시계가 좋아 보이지 않나. 30~40㎝라고 해야 구조활동이 어렵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다”고 답을 바꿀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사고 해역에서 목숨을 담보로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는 해군의 노력은 평가 받아야 한다. 하지만 팽목항에서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일부 해군 관계자들의 이런 발언은 신중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