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메세나 운동에 관한 단상
네덜란드의 유명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의 본질이 유희에 있다고 보고 유희를 즐기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주창하였다. 사람의 허기는 빵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듯하다. 더구나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충족되는 사회일수록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는 더 강해지고, 일류 국가일수록 문화 수준은 높아진다.

필자가 일하는 로펌의 경우를 보더라도 바쁜 일과 가운데서도 동료들끼리 영화도 보고 미술관을 찾는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중에는 레가토(Legato)라는 합창단을 만들어 합창대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또 소외받는 어린이들을 찾아가 더불어 같이 노래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그리고 매년 시무식은 회사의 모든 동료가 합창단과 어우러져 함께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우리 로펌의 전통이 된 지 오래다. 이러한 사내의 문화적 분위기에 힘입어 연전에는 국내 유명 오페라단과 지원협약을 맺고 오페라 ‘토스카’를 로펌 차원에서 후원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선진국에 비해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유럽의 유명한 오케스트라들이 18세기 이후 상업으로 성공한 시민계급에 의해 조직된 후원단체인 이른바 필하모니 게젤샤프트의 지원을 토대로 탄생한 바와 같이, 문화예술 분야는 후원자들의 열성적인 지원 없이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개인·기업의 활동은 흔히 메세나(mecenat)라는 말로 표현된다. 이는 고대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친구이자 상담역이었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에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의 이름에서 유래된 프랑스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에 메세나법으로 불리우는 ‘문화예술 후원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이러한 메세나법이 실효성을 지닐 수 있도록 조세 지원 등이 조속히 이루어지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메세나 활동 촉진의 제도적 장치가 정비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재훈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jaehoon.kim@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