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기 어닝쇼크 끝났다" 외국인 실탄 장전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1분기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덩달아 7분기 연속된 ‘어닝쇼크’의 굴레를 벗어날지 모른다는 시장의 기대도 높다. 증권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해소되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시선이 우호적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려한 어닝시즌이 시작될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상장사 1분기 실적 ‘기대이상’

SK하이닉스는 24일 1분기 영업이익이 1조57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증권가 컨센서스보다 8.5% 높은 수준이다. 이날 실적으로 공개한 현대차(1조9384억원), 포스코(7312억원) 등도 예측치와 엇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놓았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8조4000억원), LG화학(3621억원) 등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수주 부실 우려에 시달렸던 건설 업종도 한시름 돌린 분위기다.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1154억원. 컨센서스보다 9% 미달했지만 지난해 1분기보다는 70% 이상 이익이 늘었다. 해외 사업 부실로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냈던 대림산업도 54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기업으로 되돌아왔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7분기 동안 이어졌던 어닝쇼크가 올해 1분기에는 끝날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 실적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1분기보다 더 나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실적이 증시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순매수 기대감 ‘솔솔’

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 유입을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의 걸림돌 중 하나인 상장사들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어느 정도 풀렸기 때문이다.

올 들어 2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성적표는 ‘4634억원 순매도’다. 지난해 4분기 기록적인 어닝쇼크의 여파로 지난 1~2월 중 2조원 안팎의 주식을 팔아치운 여파다. 3월 이후에는 순매수로 기조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누적된 ‘마이너스’를 해소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매수 여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신흥국에서 각각 5000억~1조원 안팎의 주식을 사 모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대형 악재가 없는 해를 기준으로 한국 시장에 연평균 20조원 안팎을 투자해 왔다. 2012년 17조6300억원에 달했던 외국인 순매수액은 지난해 4조7240억원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상장사의 성장성 저하를 외국인 투자가 줄어든 이유로 꼽아왔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장 지수가 오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코스피의 하방이 한층 튼튼해진 것은 분명하다”며 “외국인뿐 아니라 보험, 연기금 등의 공격적인 투자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거품 논란’에 휩싸이며 주가가 급락했던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의 성장주들이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냈다는 소식도 국내 증시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