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추억, 동시처럼 그렸죠"
‘목공예 회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서양화가 박현웅 씨(45·사진) 앞에는 항상 ‘동심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미술품 경매에서 수억원대에 팔리는 인기 작가 작품과는 달리 색깔이 선명하고 내용도 부담 없는 박씨의 그림은 20대 젊은 층부터 장년층까지 누구나 쉽게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이다.

박씨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숨은 그림 찾기’를 주제로 오는 30일부터 내달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홍익대 금속조형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금속 재료와 표현의 한계를 느껴 핀란드산 자작나무로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목판 캔버스에 붙인 후 색깔을 칠하는 작업을 해왔다. 나무 조각을 붙이고 짜 맞추는 과정에서 이미지는 점차 입체적으로 바뀌고 부조 같은 그림으로 완성된다.

자작나무에 분홍 코끼리, 파란색 테디베어, 회전목마, 아기 나무, 자동차, 꽃 등 친숙한 소재를 연극처럼 새기고 고운 색을 칠한 그의 그림은 동시의 삽화같기도 하고 부드러운 발라드 음악같기도 하다. 쉽고 말랑말랑한 자신의 그림에 대해 박씨는 “시인으로 치면 나는 김용택 선생 같은 스타일”이라며 “조지훈이나 김춘수 스타일을 시도해 본 적도 있지만 내게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동심의 여행처럼 느껴진다. 아톰, 할머니 집으로 향하는 길, 알사탕 등 어린 시절 추억을 진솔하게 고백하듯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살아오면서 인상 깊었던 사물이나 느낌을 캔버스에 재창조한 것”이라고 했다.

“제 작업은 고정된 사물의 무게를 덜어내며 나만의 상상을 동원해 합성한 것입니다. 단순히 평면에서 보다 무겁게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작은 조각들이 모여 관계를 만들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요.”

박씨는 최근 들어 유럽과 아프리카 여행 중 인상 깊었던 장면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스페인의 풍경을 비롯해 그리스의 언덕, 스위스의 산맥, 빨간 이층버스, 꽃다발을 매단 작품은 현실을 뛰어 아득한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이번 전시에는 북유럽 스타일의 그릇, 분홍 코끼리, 파란색 테디베어, 회전목마, 아기 나무들, 황금길을 머리에 얹고 있는 소년 등 동화적인 소재를 활용한 근작 30여점을 내보인다. 작품에 작가가 숨겨둔 그림이 있어 관람객이 이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