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빅3, 다시 '인사이더 경영'
글로벌 금융위기 때 파산위기에 몰렸던 미국 자동차 ‘빅3’. 제너럴모터스(GM)는 공적자금을 받았고, 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에 인수됐다. 포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헐값에 매각했다. GM의 댄 애커슨, 포드의 앨런 멀럴리,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등 빅3의 구조조정을 맡았던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외부에서 영입된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나 빅3가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이 같은 ‘아웃사이더 경영’이 내부 출신 전문가가 지휘봉을 잡는 ‘인사이더 경영’으로 바뀌고 있다.

GM, 인턴 출신 바라가 바통 이어

2010년 9월 GM의 구원투수로 나선 애커슨 전 회장은 해군 대위 출신이다.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7년간 임원으로 일한 그는 자동차에 대해선 문외한이었지만 부실사업 매각, 정리해고 등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가 보유 중인 GM 지분을 모두 매각한 날 GM은 메리 바라 수석 부사장을 차기 CEO로 지명했다. 바라 CEO는 대졸 인턴사원으로 출발해 임원까지 된, GM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애커슨 전 회장은 친정인 칼라일그룹(부회장)으로 돌아갔다.

공적자금을 수혈받지 않고 포드를 정상화시킨 멀럴리 CEO도 다음달 물러난다. 그는 2006년 말 포드에 영입되기 전 보잉에서 37년간 몸담은 항공기 엔지니어 전문가였다. “비행기만 보던 사람이 차에 대해 뭘 알겠느냐”는 의구심을 날려버리며 포드를 빅3 가운데 가장 먼저 위기에서 탈출시켰다. 포드는 내달 초 마크 필즈 최고운영책임자(COO·52)를 차기 CEO로 지명할 예정이다. 필즈 COO는 25년간 포드에서 일한 ‘포드맨’. 북미사업부를 맡아 흑자 전환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마르치오네 피아트크라이슬러 회장은 2004년 피아트에 영입되기 전까지 회계와 법률전문가로 일해왔다. 그 역시 조만간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마크 필즈 지명 예정

아웃사이더의 퇴진은 경영정상화에 따른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는 것이다. 시드니 핀켈스타인 다트머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웃사이더가 경영을 더 잘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큰 변화가 필요할 땐 아웃사이더가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의 타성을 없애고, 새로운 안목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위기에 빠진 일본항공(JAL)을 3년 만에 정상화시키고 물러난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립자는 아웃사이더 경영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꼽힌다.

조지프 바우어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위기 때는 무엇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인사이더는 내부 구조를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의사결정이 느린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애커슨과 멀럴리의 구조조정 핵심은 신선함과 신속함이었다. 멀럴리는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 포드’ 전략을 도입했다. 전 세계 직원들의 부품 관련 직무를 통일시키고 공통부품을 사용해 브랜드와 차종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를 매각하고 포드와 링컨에만 주력했다.

기업이 경영을 정상화한 뒤 인사이더 경영으로 돌아서는 이유는 뭘까. 바우어 교수는 “내부 출신은 기업 전반을 꿰뚫어보고 구체적인 사업의 강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며 “기업이 본격적인 성장전략을 인사이더 경영자에게 맡기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