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하영구, 다른 '구조조정 해법'…결과는?
“점포 합리화와 인력 구조조정을 배제하고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점포 축소보다 있는 점포를 재배치하고, 사람을 자르는 것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게 먼저다.”(이건호 국민은행장)

은행의 구조적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하 행장과 이 행장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 행장은 과감한 점포와 인력 감축을 선택했다. 반면 이 행장은 점포를 유지하되 위치를 조정하고, 사람도 가급적 줄이지 않는 대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두 은행장의 엇갈린 구조조정 방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점포·인력 감축 vs 재배치

하 행장은 과감한 점포 구조조정을 택했다. 190개 지점의 약 30%인 56곳을 6월 말까지 폐쇄한다는 방침 아래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하 행장은 “인터넷, 모바일 뱅킹이 늘면서 지점의 기능도 달라지고 있다”며 “문제를 일시적으로 덮고 안주하는 자세는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사상 처음으로 점포 폐쇄를 둘러싼 노사 간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노조는 “점포 폐쇄는 인력 정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 노사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데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은행지점 폐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25일 첫 심문이 열린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점포 폐쇄는 경영상의 판단”이라며 “노사합의가 필요하다는 건 억지”라고 맞섰다.

반면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국민은행(2013년 말 기준 1202개)은 지점 축소보다는 재배치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은행은 전국을 기존 행정구역 대신 ‘블록’으로 나누는 작업에 한창이다. 거주 인구, 평균 소득, 기업 수, 매출 등에 따라 ‘블록’을 완성한 뒤 기존 점포를 모두 재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상반된 행보에 ‘시선 집중’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한국씨티은행은 “노사합의가 필요하지만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 안팎에서 조직이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 행장은 인력 감축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대대적인 희망퇴직이 필요하다는 은행 안팎의 의견에 “사람을 자르는 일보다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며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생산성이 낮은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업무 10여 가지, 자리 1000여개를 새로 만들어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두 은행장의 대조적인 행보에 금융권의 시각도 엇갈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업의 속성이 급변하고 있어 지금의 점포와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다. 필요하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결단해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배운 교훈”이라며 하 행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씨티의 방식은 미국식 구조조정으로 결국 영업력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내부 반발을 줄여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여나가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진단했다.

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