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오후 4월24일 3시39분

[마켓인사이트] 외국회사에 팔린 덕양산업, 아들·사위가 15년만에 되찾았다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덕양산업이 외환위기 직후 외국계회사로 넘어갔던 경영권을 15년 만에 되찾아왔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덕양산업 창업주인 고(故) 윤주원 회장의 아들 윤성희 부사장(44)과 사위 이국진 사장(56)은 이 회사 최대주주인 비히(VIHI)가 갖고 있던 지분 162만9249주(50%)를 특수관계인 14명과 함께 모두 매입하기로 했다. 인수대금 259억원은 오는 30일까지 모두 지급할 예정이다.

대금 지급을 마무리하면 윤 사장은 20%, 이 사장은 13%가량의 지분을 갖게 된다. 고용된 경영진 노릇을 해오다 최대주주 지위를 온전히 되찾게 되는 셈이다. 창업주인 윤 회장이 비스테온에 지분을 넘긴 후 세상을 뜬 지 8년 만이다.

이 사장은 윤 회장의 사위로, 윤 부사장에겐 매형이다. 대림산업, IBM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이 사장은 2006년 윤 회장이 별세한 뒤 덕양산업 감사로 경영에 참여한 후 2012년 이사, 지난해엔 사장에 선임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를 졸업한 윤 부사장도 같은 시기에 덕양산업에 입사해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지분 인수자금 대부분을 주로 회사 월급과 배당소득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권을 가져간 비히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고배당 정책을 지속했다”며 “적자 때도 배당금을 챙겨 비난받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창업주 일가가 회사를 되찾아오는 힘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2000년 당시 6% 정도였던 지분을 지난해 12%까지 꾸준히 늘려왔다.

비히는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비스테온의 헝가리 법인으로, 1999년 외환위기 직후 사세가 기울던 덕양산업 지분 51%를 289억원에 매입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비히는 덕양산업 인수 이후 지난해까지 276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15년간 배당 수익으로만 투자원금 대부분을 회수한 것이다. 심지어 회사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시가배당률 20%에 달하는 고배당을 했다.

덕양산업을 창립한 윤 회장은 고(故)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현대자동차 창업에 참여해 현대차 부사장, 현대종합상사 사장을 지냈다. 1977년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덕양산업을 세워 현대·기아차에 주로 납품해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