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각종 금융사고로 몸살을 앓았던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이 악화됐다. 이는 미세하나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경기 방향과는 다른 것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순이자마진(NIM)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당 대출, 고객정보 유출, 대출 사기 등의 악재가 잇따라 터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사고가 적었던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다소 개선된 실적이 예상된다.

금융사고 낸 KB·하나, 1분기 실적 '뚝'

○KB·하나, 잇단 금융사고에 이익 감소

KB금융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373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 4115억원보다 9.2%(380억원) 감소한 규모다. KB금융은 “NIM 하락에 따라 이자이익이 감소하고, 방카슈랑스 실적이 나빠지면서 수수료 이익도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IM은 2.46%로 전년 동기(2.73%)보다 0.27%포인트 낮아졌다.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1분기 이익은 258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958억원)보다 12.7%(376억원) 감소했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이익도 944억원으로 1.1%(11억원) 줄었다. KB국민카드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영업정지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 전체 순익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은 1분기 192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작년 1분기 2882억원보다 33.1%(955억원)나 줄었다. 하나금융은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추가 충당금 655억원 등 일회성 손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IM은 1.91%로 지난해(2.33%)보다 0.42%포인트 감소했다.

KT ENS 협력업체에 1600억원 규모의 대출 사기를 당한 하나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667억원이다. 전년 동기(2583억원)보다 35.4%(916억원) 감소했다. 외환은행의 1분기 순이익도 705억원으로 6.3%(48억원) 줄었다.

○우리·신한은 충당금 줄어 실적 개선

오는 29일과 다음달 9일 각각 실적을 발표하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개선될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의 올 1분기 이익은 3250억원 선으로 55%(1149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지만 올해는 부담이 줄어든 덕분이다.

신한금융도 1분기 순이익이 5400억원 안팎으로 전년 동기(4809억원) 대비 12%(591억원) 늘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올 들어 잇따른 금융사고를 비켜가면서 상대적으로 탄탄한 성장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저금리로 인한 금융권의 구조적인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권창우 금융감독원 건전경영팀장은 “작년과 달리 올해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이 줄어든 게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이라면서 “수익성을 보여주는 NIM이 개선될 조짐을 아직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일규/박신영/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