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키운 삼보컴퓨터 내가 살린다" 이홍선, 빅디스플레이로 재도약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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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매출 4조 PC업계 강자
법정관리·워크아웃 시련 겪어 이홍선 대표가 2012년 인수
복잡한 기능 빼고 가격 낮춰
70인치 디스플레이 인기몰이…PC 대신할 새 수익원 찾아
법정관리·워크아웃 시련 겪어 이홍선 대표가 2012년 인수
복잡한 기능 빼고 가격 낮춰
70인치 디스플레이 인기몰이…PC 대신할 새 수익원 찾아
전통의 PC 제조업체 삼보컴퓨터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태블릿PC 등의 등장으로 기존 PC 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어서다. 삼보컴퓨터의 변신 아이템은 ‘빅디스플레이’ 초대형 모니터다. PC 모니터를 만들던 노하우로 대형 TV 모니터에서 거품을 쫙 빼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췄다. 작년 12월부터 팔기 시작한 200만원대의 70인치 대형 모니터(사진)는 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변신 전략의 뒤에는 한때 몰락한 아버지(이용태 삼보컴퓨터 창업주) 회사를 인수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 이홍선 대표가 있다.
○거품 뺀 ‘반값 이하 빅디스플레이’
삼보컴퓨터는 사람들이 대형 TV를 사고 싶어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시중에서 70인치짜리 TV는 대부분 가격이 600만~800만원대. 비싼 가격 문제를 간파한 삼보는 복잡한 TV 기능을 모두 제거한 빅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통단계도 최소화했다. 이 제품은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다. 그 결과 가격을 대당 279만원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기존 대형 TV의 반값도 안 되는 수준이다. 덕분에 지난해 12월 출시 후 빅디스플레이는 매달 300~400대씩 팔린다. 삼성전자의 75인치 TV는 월 200대가량 팔린다. 삼보의 틈새시장 공략이 성공한 것이다.
삼보의 빅디스플레이는 사실 TV와 비슷하다. 하지만 TV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다. 기존 대형 가전업체의 TV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지승현 삼보컴퓨터 마케팅팀장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복잡한 첨단 기능이 아니라 대형 TV를 싸게 사는 것”이라며 “빅디스플레이는 잡다한 기능을 모두 제거한 대신 다른 첨단 기기와의 연동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빅디스플레이는 스마트 기능이나 3D 기능은 물론 심지어 지상파 수신 모듈도 없다. 대신 여러 전자기기와 연결해 기존 TV에서 가능했던 대부분 기능을 구현한다. IPTV나 케이블TV의 셋톱박스를 연결하면 TV로 사용할 수 있다. PC와 연결해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의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4만원대 구글 크롬캐스트를 사용하면 빅디스플레이를 스마트TV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빅디스플레이는 품질로도 인정받고 있다. 삼성, LG와 함께 3대 패널업체로 꼽히는 샤프의 고급 LED 패널을 사용한다. 조립은 아이폰을 만드는 중국 폭스콘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하고 있다. 고품질 디스플레이를 TV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한 소비자들은 인터넷에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아버지 회사 인수해 재기 노려
삼보컴퓨터의 신성장 전략 배후에는 이홍선 대표가 있다. 2012년 워크아웃 상태에 있던 삼보를 인수한 그는 삼보컴퓨터 창업자인 이용태 전 회장의 차남이다. 1980년 국내 최초 PC 제조업체로 성장을 거듭하던 삼보는 2000년대 중반 PC산업 침체와 대만·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경영난을 겪었다. 계열사였던 ‘두루넷’이 망하면서 창업자 가문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05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보는 벤처기업 셀런에 인수돼 정상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2010년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때 4조원에 이르던 매출은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2012년 나래텔레콤에 팔리면서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나래텔레콤은 이홍선 대표의 회사다.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은 회사를 두 개 법인으로 나눈 뒤 컴퓨터 부문은 나래텔레콤에 매각하고 부실한 부동산 임대업 부문은 청산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중소기업으로 재출발한 삼보컴퓨터는 때마침 PC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서 수혜를 입었다. PC가 사양길을 걷고 있지만 정부 조달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장하기 위해선 PC 이외의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보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전국 서비스망을 이용하면 경쟁력이 있다”며 “빅디스플레이를 매년 10인치씩 늘려가 대기업의 주력 TV 제품과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거품 뺀 ‘반값 이하 빅디스플레이’
삼보컴퓨터는 사람들이 대형 TV를 사고 싶어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시중에서 70인치짜리 TV는 대부분 가격이 600만~800만원대. 비싼 가격 문제를 간파한 삼보는 복잡한 TV 기능을 모두 제거한 빅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통단계도 최소화했다. 이 제품은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다. 그 결과 가격을 대당 279만원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기존 대형 TV의 반값도 안 되는 수준이다. 덕분에 지난해 12월 출시 후 빅디스플레이는 매달 300~400대씩 팔린다. 삼성전자의 75인치 TV는 월 200대가량 팔린다. 삼보의 틈새시장 공략이 성공한 것이다.
삼보의 빅디스플레이는 사실 TV와 비슷하다. 하지만 TV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다. 기존 대형 가전업체의 TV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지승현 삼보컴퓨터 마케팅팀장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복잡한 첨단 기능이 아니라 대형 TV를 싸게 사는 것”이라며 “빅디스플레이는 잡다한 기능을 모두 제거한 대신 다른 첨단 기기와의 연동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빅디스플레이는 스마트 기능이나 3D 기능은 물론 심지어 지상파 수신 모듈도 없다. 대신 여러 전자기기와 연결해 기존 TV에서 가능했던 대부분 기능을 구현한다. IPTV나 케이블TV의 셋톱박스를 연결하면 TV로 사용할 수 있다. PC와 연결해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의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4만원대 구글 크롬캐스트를 사용하면 빅디스플레이를 스마트TV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빅디스플레이는 품질로도 인정받고 있다. 삼성, LG와 함께 3대 패널업체로 꼽히는 샤프의 고급 LED 패널을 사용한다. 조립은 아이폰을 만드는 중국 폭스콘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하고 있다. 고품질 디스플레이를 TV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한 소비자들은 인터넷에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아버지 회사 인수해 재기 노려
삼보컴퓨터의 신성장 전략 배후에는 이홍선 대표가 있다. 2012년 워크아웃 상태에 있던 삼보를 인수한 그는 삼보컴퓨터 창업자인 이용태 전 회장의 차남이다. 1980년 국내 최초 PC 제조업체로 성장을 거듭하던 삼보는 2000년대 중반 PC산업 침체와 대만·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경영난을 겪었다. 계열사였던 ‘두루넷’이 망하면서 창업자 가문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05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보는 벤처기업 셀런에 인수돼 정상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2010년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때 4조원에 이르던 매출은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2012년 나래텔레콤에 팔리면서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나래텔레콤은 이홍선 대표의 회사다.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은 회사를 두 개 법인으로 나눈 뒤 컴퓨터 부문은 나래텔레콤에 매각하고 부실한 부동산 임대업 부문은 청산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중소기업으로 재출발한 삼보컴퓨터는 때마침 PC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서 수혜를 입었다. PC가 사양길을 걷고 있지만 정부 조달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장하기 위해선 PC 이외의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보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전국 서비스망을 이용하면 경쟁력이 있다”며 “빅디스플레이를 매년 10인치씩 늘려가 대기업의 주력 TV 제품과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