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활동 옭아매는 환경 관련법들
우리는 빨리 끓어오르고 빨리 식는 ‘냄비근성’을 갖고 있다. 이런 속성 때문에 사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했다고 비난하면서 요란스럽게 떠들다 잊어버린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연관 법을 무시한 강력한 규제가 만들어진다. 국회의원은 법안 건수를 고려하는 평가방식 때문에 ‘묻지마’식 발의를 남발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규제가 쌓이다 보면 국민은 물론 기업의 자유시장 경제활동까지 침해한다. 기업하기 좋다는 미국 국민들도 이제 규제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12년 5월12일 규제의 지속적 검토를 의무화한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5개의 낡은 규제를 철폐,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해 향후 5년간 약 6조~10조원 이상을 절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작년 한 여론조사에서 상업 규제에 대해 미국의 공화당원은 73%, 민주당원은 26%가 너무 많다고 했다. 이와 같이 미국 사회는 자본가와 노동자 간에 선명하게 대립돼 있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이 절반 이상 지지한 정당이 국정을 주도함으로써 큰 혼란 없이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 또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의 말대로 지난 수년간 미국인의 일자리를 없애는 규제들을 제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시민·환경단체의 영향이 강하고 민원 또한 남발되고 있다. 감사원은 정부기관의 운영을 활성화하고 개선하는 역할보다 비리 적발에 중점을 둬 관료들의 복지부동을 조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관료가 소신 있게 정책을 수행할 수 없고, 책임회피와 형식주의에 얽혀 규제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구조적 개혁 없이는 규제 양산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직접규제는 기준을 정해놓고 준수 여부를 따지기 때문에 관료에게는 매우 편하다.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또 다른 정책수단이 필요하고 창의적인 기술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선진국은 경제적 유인책을 통해 감시비용을 절감하면서 기술혁신을 유도하는 간접규제로 전환하고 있다. 또 기업활동의 진입을 막는 사전규제보다 사후규제를 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5대 공업국가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국내에 공장을 세우고 해외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이때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과도한 규제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33위에 불과한 것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 비싼 임금과 토지, 과격한 노동조합 등 때문이다. 무분별한 규제로 생긴 악법보다 더 무서운 것이 헌법 위에 있다는 ‘떼법’과 ‘불법’이다. 우리가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환경법은 경제활동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해외 기업들은 복잡하고 중복된 환경관련법규로 한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기업활동 규제법적’인 환경법은 선진국과 같이 ‘환경관리법적’이고 ‘기업주도적’인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28개국이 회원인 유럽연합은 환경지침을 만들고 각 국가가 자국의 현실에 맞게 집행할 수 있는 법을 만든다. 우리도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유럽연합의 환경지침을 근거로 환경법을 개정해 투명하고 예측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FTA 시대에 걸맞게 규제를 개선하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도 정부가 모든 것을 해주기를 바라기보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소임을 다하는 선진국민이 돼야 한다. 정부가 관여하면 할수록 세금이 증가하고 후손들이 갚아야 할 비용이 증가하며 다른 나라에 일자리를 뺏긴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박재광 < 美위스콘신대 환경공학 교수 jkpark@wisc.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