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알란 '알렉산더왕'
스티븐 알란 '알렉산더왕'
국내 주요 편집매장이 뉴럭셔리 브랜드들이 안착하는 데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편집매장에서 첫 선을 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국내외 브랜드들이 대형 백화점에 잇따라 단독 매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편집매장 ‘1호’ 갤러리아百 ‘지스트리트494’

국내 최초 편집매장은 1997년 갤러리아백화점이 선보인 지스트리트 494(G-street 494)다. 지스트리트 494는 17년 동안 스티븐 알란, 에르노(Herno), 알렉산더 왕, 랙앤본 등 당시 국내 소비자에게 생소했던 해외 브랜드를 소개하며 유행을 선도했다.

이탈리아 패딩코트 브랜드 에르노는 2010년 이곳에서 소개된 직후 서울 청담동 일대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모피보다 따뜻하지만 캐시미어 카디건처럼 가벼운 명품 패딩코트라는 입소문이 매출로 직결됐다. 에르노는 지난해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이스트에 단독 매장을 열면서 편집매장을 통해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스티븐 알란 '스티븐 알란'
스티븐 알란 '스티븐 알란'
디자인의 재구성 갤러리아百 ‘스티븐 알란’


셔츠, 원피스, 점프슈트 등 전통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독특하게 재구성하는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스티븐 알란도 갤러리아백화점의 또 다른 편집매장 스티븐 알란에서 2003년 첫선을 보였다. 스티븐 알란은 브랜드명인 동시에 편집매장이다. 몇 년 동안 입은 듯한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추구하는 셔츠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지난달 갤러리아백화점이 명품관 웨스트를 재단장하면서 단독 매장으로 입점했다.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에서 2010년 올해의 남성 디자이너상을 받은 ‘랙앤본’도 2008년 스티븐 알란에 소개된 브랜드다. 랙앤본은 2010년부터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옛 제일모직)의 편집매장 ‘비이커’에서 판매되고 있다. 뉴럭셔리의 대표 주자인 알렉산더 왕도 2007년 스티븐 알란에서 처음 소개됐지만 2011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정식 수입 업체로 지정됐다.

신세계百 ‘분더샵’·LF ‘라움’·삼성에버랜드 ‘10꼬르소꼬모’

분더샵 '3.1 필립림'
분더샵 '3.1 필립림'
신세계백화점이 2000년 청담동에 문을 연 편집매장 ‘분더샵’도 브랜드 인큐베이팅의 대표 주자다. 2006년 분더샵이 소개한 ‘3.1 필립림’은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일본 도쿄에 이어 2009년 청담동에 국내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연 뒤 뉴럭셔리 브랜드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2012년 소개한 잡화 브랜드 ‘피에르 아르디’는 지난 2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크리스찬 루부탱, 로저 비비에와 함께 프랑스 3대 구두 브랜드인 피에르 아르디는 에르메스의 구두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 피에르 아르디의 브랜드다.

라움 '헌터'
라움 '헌터'
LF(옛 LG패션)가 2009년 신사동에 문을 연 편집매장 ‘라움’은 개점 직후 150년 전통의 영국 명품 부츠 브랜드 ‘헌터’를 들여와 대박을 냈다. 1856년 스코틀랜드에 설립된 헌터는 1977년 영국 왕실에서 독자적인 천연고무 수공예 기법을 인정받은 뒤 30여년 동안 영국 왕실에 납품된 부츠 브랜드다. 라움에서 시장 반응을 살펴본 뒤 2010년 2월 본격 출시됐는데 당시 대기표를 받아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이 2008년 론칭한 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 서울도 정욱준 디자이너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를 키운 일등공신이다. 2009년 10꼬르소꼬모 서울에 입점한 준지는 해외 팝스타 카니예 웨스트, 리한나,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 등이 즐겨 입으면서 영국 런던 해러즈백화점, 미국 뉴욕 바니스뉴욕에 이어 지난달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에 입점했다.

분더샵 '피에르 아르디'
분더샵 '피에르 아르디'
현대백화점 한섬의 편집매장 탐그레이하운드도 지난해 8월 독점계약을 맺은 프랑스 컨템퍼러리 브랜드 ‘이치아더’가 지난달 갤러리아백화점에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입점하는 데 기여했다. 10꼬르소꼬모 관계자는 “1990년대 집중적으로 생겨난 편집매장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브랜드 소개에 그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거나 브랜드가 단독 매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인큐베이팅 역할까지 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