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제로 첫 만화책 낸 서현승 신부 "어머니 칭찬이 만화 소질 크게 했죠"
“직업 만화가의 꿈은 포기했지만 사제가 돼서도 만화를 그리고 있으니, 결국 두 가지 꿈을 다 이룬 게 아닐까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수도회’에서 신학생 지도를 맡고 있는 서현승 신부(46·사진)는 최근 만화책 ‘어진 목자 요한 23세 성인 교황’(가톨릭출판사)을 펴내고 이렇게 말했다. ‘어진 목자…’는 서 신부의 첫 단행본이자 신부가 그린 첫 번째 만화책이다. 서 신부는 조만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그린 만화책도 낼 예정이다. 성인으로 시성된 두 교황을 모두 만화로 펴내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한 서 신부는 자연스럽게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글씨 연습하라고 사 주신 연습장에 로봇 그림을 그리고 놀았는데 어머니가 그걸 보신 거예요. 혼쭐이 날 줄 알았는데 어머니가 잘 그렸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왜 낙서를 했느냐고 꾸중을 들었다면 만화를 그리지 못했을 겁니다.”

미술교육을 전공하는 교대생이었던 서 신부는 학생운동을 하다 졸업을 코앞에 두고 제적됐다. 이후 군 복무를 하면서 수도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수도원에 들어오고 나서 오히려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돌아보면 만화가와 사제의 길은 같은 선상에 놓고 고민할 거리가 아니었어요.”

대자보에도 만화를 그렸던 서 신부는 신학교 학위논문도 만화로 작성했다. 65쪽에 걸쳐 그린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이다.

수도원 사제와 만화가의 삶을 같이 사는 생활이 호락호락할 리는 없다. “한 달에 3주는 사제 임무를 다하고 1주일은 동료 신부님들의 양해를 얻어 만화 작업을 해요. ‘왜 이렇게 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을 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못 합니다.”

만화를 그리는 일도 수도생활의 일부이자 사제로서의 소임이라는 말이다. 그는 “수도 생활에서 깨달은 것을 토대로 예수님과 복음에 관한 내용을 알기 쉬운 만화로 계속 전하겠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