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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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나 하수들이 무례하고 까불죠. 고수들은 겸손하고 너그럽고 친절합니다. 재즈 공연을 보면 그런 느낌 많이 받아요.”

지난 25일 서울 저동 평화방송에서 만난 시각장애 개그맨 이동우 씨(45·사진)에게 ‘재즈’에 관해 물었더니 “재즈는 음악 고수들의 유희”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시각장애에도 불구하고 방송인이자 연극인, 재즈 가수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따로 또 같이’를 표방한 자칭 ‘최초 국민 개가수(개그맨+가수)’ 그룹 틴틴파이브의 멤버다.

그는 계원예고와 서울예대 재학 시절부터 줄곧 연극 무대에 올랐다. 지난달 8일부터 약 한 달간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연극 ‘내마음의 슈퍼맨’을 공연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시각장애인이 뒤늦게 10세 딸을 만나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2010년 실명 후 공연한 ‘오픈 유어 아이즈’에 이어 이씨의 두 번째 창작극이다. 이 연극 역시 돈 많은 사업가가 실명 이후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잃은 뒤 절망의 끝에서 한 여인의 사랑으로 재기한다는 내용이다.

그의 두눈 시력을 앗아간 병은 망막색소변성증. 이 병은 유전자 돌연변이라는 것 외에 의학적으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법도 없다.

“참 힘든 병이에요. 왜 하필 나일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정진석 추기경님이 실명 후 제 손을 꼭 붙잡고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든 게 억울한 감정입니다.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라고 하셨습니다. 하소연도 할 수 없는….”

그는 가족과 가톨릭 신앙의 힘으로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 매주 평일 오후 평화방송에서 두 시간짜리 고정방송 ‘오늘이 축복입니다’를 진행한다. 강연도 하고, 재즈 가수로 무대에도 선다. 지난해 11월엔 첫 솔로 앨범까지 냈다. 본인 표현대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딴따라’ 재능기부 활동에도 열심이다.

“어느 작가가 ‘한국사람들은 모두 불행 경연대회를 한다’고 했는데 참 공감이 갔어요. 항상 남과 비교하면서 행복과 불행을 느끼니까…. 정말 한국사람들은 질주만 하잖아요. 그런데 참 모순적인 게 우리처럼 정 많은 민족도 없는 것 같아요. 또 아픔을 잘 내색 안 하죠. 하지만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 합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손잡아줄 사람들이 분명히 나타나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홉 살 된 딸과 함께한다. 아내는 두피관리사로 일하는데 정작 자신의 두피는 관리를 안 해준다며 웃었다. “부모가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면 아이가 제일 먼저 알고 상처를 받고 비뚤어집니다. 널 먹여살리기 위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외롭게 놔두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거예요.”

그와의 인터뷰는 어느 순간 천주교 신부와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큰 불행에 처한 사람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도와야 좋겠냐고 물었다.

“힘들어하시는 분들한테 ‘나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힘내십시오, 견디십시오’ 이런 접근은 안 좋아요. 아무 말 없이 곁에서 지켜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다만 그분들이 뭘 얘기하고 요청할 때는 모든 힘을 다해서 도와야 합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