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당분간 현 정부의 표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 총리의 사표 수리 시기를 ‘사고 수습 이후’로 정리하면서 국무총리직의 공백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내각 컨트롤타워인 총리가 물러나는 게 기정사실화된 만큼 주요 국정 현안은 차기 내각이 들어설 때까지 힘있게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시한부 총리’… 내각 표류 우려

[정홍원 총리 전격 사의] 朴대통령, 사의발표 6시간만에 '수용'
당장 국무회의와 관계장관회의 등 사고 수습과 관련한 회의를 주재하고 부처 간 조율을 해야 하는 정 총리의 힘이 빠져 후속대책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고대책본부장을 맡아 지휘하고 있지만, 총리가 공직사회의 구심점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일사불란한 대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시한부 총리’ 입장에서 공직사회를 이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공직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공직사회가 숨죽여 ‘복지부동’하는 역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국 혼란 장기화되나

박 대통령이 정 총리의 사표 수리 시기를 미루면서 최소한 6·4 지방선거 때까지는 ‘세월호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야권에서 ‘시한부 총리’라는 점을 내세워 선거 국면에서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던 비정상화의 정상화 개혁,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의 정책들이 당분간 ‘올스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세월호 사고 여파로 내수가 침체되는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내수 진작 방안 등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나쁜 성적표를 받을 경우 선거 후 예상되는 ‘2단계 개각’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경우 선거 후 곧바로 인사청문회 정국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새 총리 후보자나 일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낙마할 경우 박 대통령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