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D공포 vs 골디락스(Goldilocks)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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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나이제이션, 바이플레이션, 디스인플레이션, 애그플레이션 등 올들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경제신어로 유난히 물가와 관련된 용어가 많다. 이 중 ‘D`공포라 불리우는 디스인플레이션은 경기회복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문제는 종전의 이론으로 쉽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적 대안을 만들기 어렵고, 시장에서는 ‘비이성적(irrational)’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성장과 물가 간 관계를 보면 갈수록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더 뚜렷하다. 미국은 성장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침내 재닛 앨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조차도 물가가 오를 가능성보다 저물가가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더 우려했다.
다른 선진국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등 일부 선진 신흥국들에까지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독일 등 핵심국(good apples)의 경기 회복세가 그리스 등 주변국(bad apples)으로 확장되는데도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더 둔화되는 추세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우리도 같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특정국의 성장과 물가 간 관계를 총공급곡선(AS?Aggregate Supply)과 총수요곡선(AD?Aggregate Demand)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AS가 우측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하나는 AD가 우측으로 이동하더라도 AS가 더 많이 이동하는 경우다(<그림 1> 참조).
디스인플레이션을 AS가 좌측으로 이동해 성장률이 떨어지는데도 물가가 올라가는 스테그플레이션의 반대 현상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차 오일 쇼크 발생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AS가 좌측으로 크게 이동해 1980년대 초반 미국 경제는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 발생했다.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이 변신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앞으로 닥칠 새로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늘어가는 상황이다. 물가안정은 중앙은행 설립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인데 저물가가 우려할 만큼 인플레 부담이 없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성장과 고용 등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Fed는 2012년 12월에 물가안정과 함께 고용을 중시하는 양대 책무(dual mandate)를 설정했는데 앨런 시대에는 고용목표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고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출구전략 지연으로 인한 부작용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에서는 통화정책의 유효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갈수록 세계 주력산업이 정보기술(IT)에 의해 주도되는 추세가 더 심화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IT산업은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생산성이 증가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산업이 주도되면 경기되면 성장이 된다하더라도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금융위기가 발생됐던 2008년 이후 세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비 절감 등으로 성장과 물가 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인플레 면에서는 개발된 미국의 세일가스가 에너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회된 이후 천연가스 가격은 크게 내렸고, 국제원유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됐다.
갈수록 온라인과 모바일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개인들의 화폐생활이 크게 변하면서 특정국가에서도 법화(法貨?legal tender)로 파악되지 못하는 경제권역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거센 바람이 불었던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자화폐 뿐만 아니라 각종 포인트. 마일리지, 쿠폰, 지역공동화폐 등 대안화폐도 속속 상용화되고 있어 바야흐로 현찰(법화?legal tender)이 필요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각국의 성장과 물가 간 전통적인 관계를 흐트러뜨리는 요인 중의 하나가 ‘월마트 효과’다. 최근처럼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돼 모든 상품이 넘치는 초과 공급 시대에 있어서 시장의 주도권은 소비자에게 넘어갔다. 공급자인 기업은 이런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가격파괴 혹은 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기회복에도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증강현실과 초연결 시대가 급진전되는 것에 따른 ‘직구’가 가능해 진 것도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증강현실 시대란 인터넷과 모바일 폰 등이 발달됨에 따라 세계의 모든 것이 한 손안에 보인다는 의미의 경제 신조어다. 즉, 인터넷과 모바일 폰을 활용해 소비자와 생산자 간 직거래가 가능해짐에 따라 각종 거래비용이 크게 감소해 종전과 같은 성장을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스인플레 현상이 심해짐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추진상 어려움을 겪는 등 고민이 늘고 있다. 전통적인 성장과 물가 간 관계가 흐트러지는 통화정책 여건에서 물가가 안정됐다고 계속해서 제로(0) 금리나 양적완화를 오래 끌고 가다간 자산시장 거품을 유발시키거나 특정시점을 지나면 갑작스럽게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선제성이 중시되는 통화정책 특성상 뒤늦게 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 회수에 나선다 하더라도 의도했던 효과를 거들 수 없게 된다. 오히려 통화정책 추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¹. 경기순환주기로는 정점(peak)이 더 높아지고 저점(trough)이 더 떨어져 진폭이 커져 특정국 경제의 안정성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성장과 물가 간의 관계를 감안해 설정해 놓은 물가목표선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소위 ‘인플레 타깃팅’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 중앙은행은 물가목표선은 2%를 설정해 놓은 가운데 디플레에 시달리는 아베 정부가 아베노믹스의 물가목표선도 2%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3%를 중심선으로 상하 0.5% 포인트 범위 내에서 밴드 폭을 설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인플레 타깃팅’ 논쟁은 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간단한 예로 현재 물가상승률이 1.5%이라고 할 때 물가목표선을 2%로 설정해 놓은 상황에서는 물가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제로(0) 금리나 양적완화 정책를 그대로 추진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물가목표선을 1%로 하향 조정했다면 이미 물가가 불안해져 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
‘인플레 타깃팅’ 논쟁 결과에 따라 미국 증시 앞날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처럼 거품 우려가 높아져 조그마한 재료에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워블링 효과(wobbling effect)’가 나타나는 장세에서는 더 중요하다. 그 어느 국가보다 외국인의 영향력이 높아 윔블던 현상이 심한 국내 증시에서도 이 논쟁 결과가 국내 주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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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성장과 물가 간 관계를 보면 갈수록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더 뚜렷하다. 미국은 성장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침내 재닛 앨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조차도 물가가 오를 가능성보다 저물가가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더 우려했다.
다른 선진국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등 일부 선진 신흥국들에까지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독일 등 핵심국(good apples)의 경기 회복세가 그리스 등 주변국(bad apples)으로 확장되는데도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더 둔화되는 추세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우리도 같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특정국의 성장과 물가 간 관계를 총공급곡선(AS?Aggregate Supply)과 총수요곡선(AD?Aggregate Demand)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AS가 우측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하나는 AD가 우측으로 이동하더라도 AS가 더 많이 이동하는 경우다(<그림 1> 참조).
디스인플레이션을 AS가 좌측으로 이동해 성장률이 떨어지는데도 물가가 올라가는 스테그플레이션의 반대 현상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차 오일 쇼크 발생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AS가 좌측으로 크게 이동해 1980년대 초반 미국 경제는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 발생했다.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이 변신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앞으로 닥칠 새로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늘어가는 상황이다. 물가안정은 중앙은행 설립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인데 저물가가 우려할 만큼 인플레 부담이 없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성장과 고용 등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Fed는 2012년 12월에 물가안정과 함께 고용을 중시하는 양대 책무(dual mandate)를 설정했는데 앨런 시대에는 고용목표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고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출구전략 지연으로 인한 부작용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에서는 통화정책의 유효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갈수록 세계 주력산업이 정보기술(IT)에 의해 주도되는 추세가 더 심화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IT산업은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생산성이 증가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산업이 주도되면 경기되면 성장이 된다하더라도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금융위기가 발생됐던 2008년 이후 세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비 절감 등으로 성장과 물가 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인플레 면에서는 개발된 미국의 세일가스가 에너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회된 이후 천연가스 가격은 크게 내렸고, 국제원유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됐다.
갈수록 온라인과 모바일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개인들의 화폐생활이 크게 변하면서 특정국가에서도 법화(法貨?legal tender)로 파악되지 못하는 경제권역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거센 바람이 불었던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자화폐 뿐만 아니라 각종 포인트. 마일리지, 쿠폰, 지역공동화폐 등 대안화폐도 속속 상용화되고 있어 바야흐로 현찰(법화?legal tender)이 필요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각국의 성장과 물가 간 전통적인 관계를 흐트러뜨리는 요인 중의 하나가 ‘월마트 효과’다. 최근처럼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돼 모든 상품이 넘치는 초과 공급 시대에 있어서 시장의 주도권은 소비자에게 넘어갔다. 공급자인 기업은 이런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가격파괴 혹은 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기회복에도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증강현실과 초연결 시대가 급진전되는 것에 따른 ‘직구’가 가능해 진 것도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증강현실 시대란 인터넷과 모바일 폰 등이 발달됨에 따라 세계의 모든 것이 한 손안에 보인다는 의미의 경제 신조어다. 즉, 인터넷과 모바일 폰을 활용해 소비자와 생산자 간 직거래가 가능해짐에 따라 각종 거래비용이 크게 감소해 종전과 같은 성장을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스인플레 현상이 심해짐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추진상 어려움을 겪는 등 고민이 늘고 있다. 전통적인 성장과 물가 간 관계가 흐트러지는 통화정책 여건에서 물가가 안정됐다고 계속해서 제로(0) 금리나 양적완화를 오래 끌고 가다간 자산시장 거품을 유발시키거나 특정시점을 지나면 갑작스럽게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선제성이 중시되는 통화정책 특성상 뒤늦게 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 회수에 나선다 하더라도 의도했던 효과를 거들 수 없게 된다. 오히려 통화정책 추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¹. 경기순환주기로는 정점(peak)이 더 높아지고 저점(trough)이 더 떨어져 진폭이 커져 특정국 경제의 안정성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성장과 물가 간의 관계를 감안해 설정해 놓은 물가목표선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소위 ‘인플레 타깃팅’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 중앙은행은 물가목표선은 2%를 설정해 놓은 가운데 디플레에 시달리는 아베 정부가 아베노믹스의 물가목표선도 2%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3%를 중심선으로 상하 0.5% 포인트 범위 내에서 밴드 폭을 설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인플레 타깃팅’ 논쟁은 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간단한 예로 현재 물가상승률이 1.5%이라고 할 때 물가목표선을 2%로 설정해 놓은 상황에서는 물가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제로(0) 금리나 양적완화 정책를 그대로 추진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물가목표선을 1%로 하향 조정했다면 이미 물가가 불안해져 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
‘인플레 타깃팅’ 논쟁 결과에 따라 미국 증시 앞날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처럼 거품 우려가 높아져 조그마한 재료에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워블링 효과(wobbling effect)’가 나타나는 장세에서는 더 중요하다. 그 어느 국가보다 외국인의 영향력이 높아 윔블던 현상이 심한 국내 증시에서도 이 논쟁 결과가 국내 주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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