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고속도로 사고'에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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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세월호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인터넷에서 ‘88고속도로 사고’가 키워드로 급부상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27일 일요일 오후 88고속도로 광주기점 126km 지점 (경남 거창군 남하면 둔마리)에서 발생한 빗길 초대형 교통사고 (25톤 덤프트럭과 폴크스바겐 승용차의 충돌)에서 비롯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고로 승용차에 동승한 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국장 성안스님과 전현희 전 민주당 국회의원의 남편인 김헌범 창원지법 거창지원장이 숨졌다고 합니다. 운전자인 치과의사 김모씨는 크게 다쳤다 하고요.
때문에 주로 인터넷 언론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보도를 사흘째인 이날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습니다. 88고속도로 사고를 키워드로 한 관련 기사의 수가 대충 헤아려도 350건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로 전송]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의 댓글을 통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네티즌과 관계자들은 특히 다가오는 6월로 개통 30주년 (1984년 6월)을 맞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이른바 ‘무늬만 고속도로’인 88고속도로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노선 확장 등 88고속도로의 안전성 확보 방안이 긴급 현안으로 급부상할 전망입니다.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88고속도로의 문제는 왕복 2차선에 불과한데다 중앙 분리대가 없고 (일부 구간에 봉을 세워 왕복 차선 분리) 산길을 따라 만들어 경사진 곳과 휘어지는 구간이 많아 이번처럼 사고가 나면 초대형이 되는 ‘시한폭탄 같은 고속도로’에 다름 아닙니다.
judy****는 이와 관련 댓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는 실정입니다. “이 고속도로 이름을 ‘88황천길 저속도로‘로 이름을 바꿔라. 죽음의 도로다. 국도 보다 못한데 통행료는 꼬박 받는다. 정규속도 지키면서 가 봐라. 당장 뒤 차가 하이빔 켜고 크락션 울린다. 1차선이라 갓길로 피하거나 속도를 높이는 수 밖에 없다. 수십년 전부터 사망률 높다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개선된 게 없다.”
이번 사고가 난 경남 거창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간부급 경찰관은 “88고속도로라고요? 그 도로 ‘신작로’라고 불린 지 오래 됐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앞에 화물을 실은 트럭이라도 앞서 간다손 치면 이른바 ‘수행하는’ 차량이 수십대에서, 약간 과장한다면 수백대에 이른다는 게 이 경찰관의 설명입니다.
실제 거창에 거주한다는 한 네티즌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기사의 댓글을 통해 “덤프트럭 큰 트럭 앞에 가면 시속 40~50km로 다닌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일반 국도 보다도 사정이 열악한 이 고속도로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이유를 (한국도로공사측이) 속 시원히 설명 좀 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네티즌 seon****는 “창원에서 거창까지 이 희한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통행료만 4700원”이라고 거들었습니다.
이 도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댓글은 수도 없습니다. 이 도로를 타 본 경험이 있다는 한 네티즌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기사의 댓글을 통해 “88고속도로 최악이다. 고속도로가 시골의 도로처럼 편도 1차선에다 중앙분리대도 없고 차들은 중앙선을 침범해서 추월하기 일쑤고...”라고 했습니다.
아이디 zzz9****를 쓰는 네티즌은 “스키장 가며 88선 타봤는데 정말 무섭더라구요. ‘졸면 죽음’이라는 무서운 도로 경고판도 보이고”라고 썼습니다. ffma****아이디는 88고속도로에 대해 “우리나라에 실제로 존재하는 신호등은 물론 좌회전과 유(U)턴이 가능한 고속도로”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88고속도로의 경우 낮도 그렇지만 사실 밤에는 운전하기 정말 겁난다”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주변의 국도 등으로 돌아서 가는 게 훨씬 낫다”고 권고하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현재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의 빠르게 진행할 것을 촉구하는 글들도 다수입니다. 아이디 cbr1****는 “지금 모양새를 보면 공사 마무리되는데 10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찔끔찔끔 하지 말고 빨리 좀 끝내 주세요~”라고 강조했습니다.
거창 왕래한 지 24년째라는 한 네티즌은 “공사한 지가 언제고. 아직도 저러고 있으니 사고가 얼마나 나야 제대로 공사하려는지 참 답답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현 상태의 88고속도로의 안전 이용법을 소개합니다. “혹시라도 내 차가 뒤따라오는 차보다 느리면 가차 없이 갓길로 양보하세요. 뒤따라오는 차는 이 때 중앙선 넘지 말고 안전하게 추월하세요. 추월한 앞차는 반드시 고맙다고 비상등을 깜박여 인사하세요. 중앙선을 넘어 무리하게 추월하면 대형 사고의 원인입니다.”
☞ 88고속도로=무력으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 동서화합을 취지로 원래 ‘동서고속도로’라고 이름 지었다가 1988년 올림픽대회를 서울 유치를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면을 기점으로 고령-거창-함양-남원-순창을 거쳐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에 이른다.
총연장 182.9㎞, 노폭 13.2m로 국내 최초의 콘크리트 포장 고속도로다. 건설에 투자된 총 공사비는 약 2040억원. 이 노선은 험준한 소백산맥을 관통해야 하는 지형 조건 때문에 전 구간에 터널 4개 (총연장 2050m), 교량 118개(총연장 9868m)가 건설됐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2년 시작된 4차선 확장공사는 2013년 12월 현재 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2015년 12월로 잡힌 최종 완료 계획의 달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이는 지난 4월 27일 일요일 오후 88고속도로 광주기점 126km 지점 (경남 거창군 남하면 둔마리)에서 발생한 빗길 초대형 교통사고 (25톤 덤프트럭과 폴크스바겐 승용차의 충돌)에서 비롯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고로 승용차에 동승한 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국장 성안스님과 전현희 전 민주당 국회의원의 남편인 김헌범 창원지법 거창지원장이 숨졌다고 합니다. 운전자인 치과의사 김모씨는 크게 다쳤다 하고요.
때문에 주로 인터넷 언론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보도를 사흘째인 이날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습니다. 88고속도로 사고를 키워드로 한 관련 기사의 수가 대충 헤아려도 350건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로 전송]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의 댓글을 통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네티즌과 관계자들은 특히 다가오는 6월로 개통 30주년 (1984년 6월)을 맞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이른바 ‘무늬만 고속도로’인 88고속도로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노선 확장 등 88고속도로의 안전성 확보 방안이 긴급 현안으로 급부상할 전망입니다.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88고속도로의 문제는 왕복 2차선에 불과한데다 중앙 분리대가 없고 (일부 구간에 봉을 세워 왕복 차선 분리) 산길을 따라 만들어 경사진 곳과 휘어지는 구간이 많아 이번처럼 사고가 나면 초대형이 되는 ‘시한폭탄 같은 고속도로’에 다름 아닙니다.
judy****는 이와 관련 댓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는 실정입니다. “이 고속도로 이름을 ‘88황천길 저속도로‘로 이름을 바꿔라. 죽음의 도로다. 국도 보다 못한데 통행료는 꼬박 받는다. 정규속도 지키면서 가 봐라. 당장 뒤 차가 하이빔 켜고 크락션 울린다. 1차선이라 갓길로 피하거나 속도를 높이는 수 밖에 없다. 수십년 전부터 사망률 높다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개선된 게 없다.”
이번 사고가 난 경남 거창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간부급 경찰관은 “88고속도로라고요? 그 도로 ‘신작로’라고 불린 지 오래 됐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앞에 화물을 실은 트럭이라도 앞서 간다손 치면 이른바 ‘수행하는’ 차량이 수십대에서, 약간 과장한다면 수백대에 이른다는 게 이 경찰관의 설명입니다.
실제 거창에 거주한다는 한 네티즌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기사의 댓글을 통해 “덤프트럭 큰 트럭 앞에 가면 시속 40~50km로 다닌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일반 국도 보다도 사정이 열악한 이 고속도로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이유를 (한국도로공사측이) 속 시원히 설명 좀 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네티즌 seon****는 “창원에서 거창까지 이 희한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통행료만 4700원”이라고 거들었습니다.
이 도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댓글은 수도 없습니다. 이 도로를 타 본 경험이 있다는 한 네티즌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기사의 댓글을 통해 “88고속도로 최악이다. 고속도로가 시골의 도로처럼 편도 1차선에다 중앙분리대도 없고 차들은 중앙선을 침범해서 추월하기 일쑤고...”라고 했습니다.
아이디 zzz9****를 쓰는 네티즌은 “스키장 가며 88선 타봤는데 정말 무섭더라구요. ‘졸면 죽음’이라는 무서운 도로 경고판도 보이고”라고 썼습니다. ffma****아이디는 88고속도로에 대해 “우리나라에 실제로 존재하는 신호등은 물론 좌회전과 유(U)턴이 가능한 고속도로”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88고속도로의 경우 낮도 그렇지만 사실 밤에는 운전하기 정말 겁난다”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주변의 국도 등으로 돌아서 가는 게 훨씬 낫다”고 권고하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현재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의 빠르게 진행할 것을 촉구하는 글들도 다수입니다. 아이디 cbr1****는 “지금 모양새를 보면 공사 마무리되는데 10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찔끔찔끔 하지 말고 빨리 좀 끝내 주세요~”라고 강조했습니다.
거창 왕래한 지 24년째라는 한 네티즌은 “공사한 지가 언제고. 아직도 저러고 있으니 사고가 얼마나 나야 제대로 공사하려는지 참 답답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현 상태의 88고속도로의 안전 이용법을 소개합니다. “혹시라도 내 차가 뒤따라오는 차보다 느리면 가차 없이 갓길로 양보하세요. 뒤따라오는 차는 이 때 중앙선 넘지 말고 안전하게 추월하세요. 추월한 앞차는 반드시 고맙다고 비상등을 깜박여 인사하세요. 중앙선을 넘어 무리하게 추월하면 대형 사고의 원인입니다.”
☞ 88고속도로=무력으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 동서화합을 취지로 원래 ‘동서고속도로’라고 이름 지었다가 1988년 올림픽대회를 서울 유치를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면을 기점으로 고령-거창-함양-남원-순창을 거쳐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에 이른다.
총연장 182.9㎞, 노폭 13.2m로 국내 최초의 콘크리트 포장 고속도로다. 건설에 투자된 총 공사비는 약 2040억원. 이 노선은 험준한 소백산맥을 관통해야 하는 지형 조건 때문에 전 구간에 터널 4개 (총연장 2050m), 교량 118개(총연장 9868m)가 건설됐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2년 시작된 4차선 확장공사는 2013년 12월 현재 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2015년 12월로 잡힌 최종 완료 계획의 달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