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아노의 20주기 회고사진전 ‘그가 사랑한 순간들’이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내달 1일부터 열린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윌리 로니스와 함께 3대 휴머니즘 사진가로 불리는 그는 전쟁과 냉전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찬미하고 유머와 해학 넘치는 사진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파리 교외 장티이에서 태어난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아버지를, 곧이어 어머니마저 잃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31년 앙드레 비뇨의 조수로 일하며 사진을 배웠고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사진병으로 참전했다. 종전 후 ‘보그’ 등 패션지 사진가로 활동했고 피카소, 자코메티 등 예술가와 친분을 맺으며 인물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것은 파리 거리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들이었다. 암울한 시대적 환경 속에서 나온 사진이지만 인생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를 일깨운다. 초등학교 교실 풍경을 묘사한 ‘조례시간’에 담긴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이 보는 이의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에는 ‘파리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원본 사진과 함께 밀착 원본화 3점 등 80여점의 사진이 걸린다. 특히 프랑스의 아틀리에 로베르 두아노 재단과 협의해 출품작들을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인 젤라틴 실버프린트 공정으로 인화해 오리지널 사진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했다.
전시 기간에 운영되는 ‘오픈 스튜디오’에선 관객이 젤라틴 실버프린트 공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 국내 사진전문가와 아티스트가 참여해 두아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오픈 렉처’도 이뤄진다. 8월3일까지. 일반 5000원, 온라인 예매 3000원. (02)330-6223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