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봉하는 영화 ‘표적’을 보는 관객들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사건과 인물의 정체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여자가 납치되고, 남자가 쫓기는 배후에는 거대한 음모가 얽혀 있다. 주인공 여훈은 해외에서 용병으로 활동한 군인으로, 동생(진구)과 함께 악당들의 음모에 빠져 쫓기는 신세라는 게 밝혀진다.
여훈 역 류승룡은 숨돌릴 틈 없이 쫓기면서 악당들과 싸운다. 인력 사무소를 찾아가 19 대 1로 대결하는 장면에서는 거의 슈퍼영웅급이다. 한마디로 류승룡을 위한 영화다. 1000만명을 넘어선 ‘7번방의 선물’에서 바보 역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킨 그가 이번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로 돌아왔다. ‘최종병기 활’에서 해낸 몽골 장군 주신타 역처럼 파괴력이 있다. 박해일에 이어 두 번째 주인공이었던 주신타와 달리 이 작품에선 제1 주인공으로 도약했다.
여훈이 싸우는 악의 배후에는 경찰이 있다. 관객들은 한국 영화 사상 가장 악독한 경찰을 보게 된다. 사회병리를 고발하는 영화인 셈. 화끈한 액션과 만화 같은 캐릭터는 ‘킬링타임’용 재미를 제공한다. 조여정 유준상 김성령 이진욱 등 주연급 배우들의 열연도 흥미롭다.
다만 정교하지 못한 드라마는 리얼리티를 약화시켰다. 가령 의사 태준이 아내가 납치된 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대목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웬만한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신고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의심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표적’은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했다. 지난해 홍콩 영화를 리메이크한 ‘감시자들’처럼 흥행에 성공할 것인지 관심거리다. 공포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로 연출 데뷔한 창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