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 재난 컨트롤타워가 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재난 대처에 무능력하기 짝이 없는 행정체계를 전면 수술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하나같이 ‘국가 개조’를 언급하고 있다.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관료와 업자의 유착과 부실 감독을 불러온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외친다. 그야말로 나라가 환골탈태할 것 같다.

물론 침몰 원인이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 선사의 안전불감증, 당국의 부실 관리·감독뿐이라면 책임자 단죄와 안전관리 강화로 후진적인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컨트롤타워가 생기면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 이번처럼 허둥지둥하는 모습도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참사의 이면에는 정치적 수습만으론 풀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왜 여객선에 배가 기울도록 화물을 실었는지, 왜 선원들은 승객 구조를 나몰라라 했는지 등에 대한 경제적 원인을 따져보지 않고선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연안여객의 영세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해운조합 통계에 따르면 국내 여객선 217척 중 선령 20년 이상이 67척, 15~20년이 69척이다. 선사의 3분의 2가 자본금 10억원 미만 영세업체이고, 절반 이상이 적자다. 선원은 60대 이상이 41.3%, 50대가 35%에 이른다. 가장 크다는 청해진해운은 지난 4년간 흑자와 적자를 오락가락하며 부실경영에 허덕였다. 노후 선박에다 평형수까지 빼가며 과적을 해야만 간신히 굴러가는 사업구조라면 안전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영세성이 곧 악마였던 셈이다.

세월호 여파로 연안여객 사업의 퇴행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흑자를 못 내는 사업이 지속가능할 리 만무하다. 선박 교체, 안전 투자, 우수선원 확보가 다 돈이다. 월 270만원짜리 대리 선장이 낡은 배에 짐을 잔뜩 싣고 운항하는 한 제2, 제3의 세월호는 언제 또 나올지 모른다. 책임자 처벌, 행정체계 개편도 중요하겠지만 연안여객 사업의 리스크와 경제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사업모델이 나온다. 준공영제를 도입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근본대책은 연안여객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경제성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