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 에낭 감독 간담회 "입양서류에 적힌 '피부색=꿀색'은 아름다운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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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살 때 벨기에로 입양 자전적 애니
80여개 영화제에서 23개상 수상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
80여개 영화제에서 23개상 수상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
“영화를 통해 한국의 해외 입양 실태를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누군가를 심판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입양아가 자기 뿌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히 그리고 싶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피부색깔=꿀색’을 만든 융 에낭(한국명 전정식·사진) 감독은 29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섞인 독특한 형식을 지닌 이 영화는 백인 양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 출신 소년 ‘융’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 직접 출연해 작품을 이끌어가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1965년께 한국에서 태어난 감독은 1971년 벨기에로 입양됐다. 브뤼셀의 생 뤽 학교, 라 캉브르에서 그림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고 현재 유럽에서 만화작가로 활동 중이다.
영화는 다섯 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주인공 융의 고민과 방황, 성장기를 그렸다. 한국과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공동 제작 영화로 지난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으며 국내엔 다음달 8일 정식 개봉한다.
“왜 한국은 그토록 많은 아이를 해외로 입양시켜야 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어렸을 땐 한국에 화가 많이 났고 모국을 부정하기도 했죠. 그런데 문득 제 자신이 너무 불행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 삶을 되찾기 위해 뿌리인 한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 평화가 왔습니다. 지금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이 작품은 지금까지 세계 80여개 영화제에 초청돼 23개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자그레브(대상·관객상), 아니마문디(작품상), 안시(관객상·유니세프상)에서 상을 휩쓸었다. 독특한 영화 제목은 무슨 뜻일까.
“제 입양 서류에 실제로 ‘피부색=꿀색’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 서류를 볼 때마다 문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영화를 제작하며 나 자신을 희생자로 묘사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그 누구에게도 죄책감을 심어주길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우리 모두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그 사실을 받아들여 해외 입양이 다시는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어떤 상황에 있든 본인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완전한 유럽인도, 한국인도 아닌 제가 그 사이에서 자리를 찾은 것처럼 말이죠.”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피부색깔=꿀색’을 만든 융 에낭(한국명 전정식·사진) 감독은 29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섞인 독특한 형식을 지닌 이 영화는 백인 양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 출신 소년 ‘융’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 직접 출연해 작품을 이끌어가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1965년께 한국에서 태어난 감독은 1971년 벨기에로 입양됐다. 브뤼셀의 생 뤽 학교, 라 캉브르에서 그림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고 현재 유럽에서 만화작가로 활동 중이다.
영화는 다섯 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주인공 융의 고민과 방황, 성장기를 그렸다. 한국과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공동 제작 영화로 지난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으며 국내엔 다음달 8일 정식 개봉한다.
“왜 한국은 그토록 많은 아이를 해외로 입양시켜야 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어렸을 땐 한국에 화가 많이 났고 모국을 부정하기도 했죠. 그런데 문득 제 자신이 너무 불행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 삶을 되찾기 위해 뿌리인 한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 평화가 왔습니다. 지금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이 작품은 지금까지 세계 80여개 영화제에 초청돼 23개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자그레브(대상·관객상), 아니마문디(작품상), 안시(관객상·유니세프상)에서 상을 휩쓸었다. 독특한 영화 제목은 무슨 뜻일까.
“제 입양 서류에 실제로 ‘피부색=꿀색’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 서류를 볼 때마다 문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영화를 제작하며 나 자신을 희생자로 묘사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그 누구에게도 죄책감을 심어주길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우리 모두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그 사실을 받아들여 해외 입양이 다시는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어떤 상황에 있든 본인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완전한 유럽인도, 한국인도 아닌 제가 그 사이에서 자리를 찾은 것처럼 말이죠.”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